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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쓸신잡/원더풀 Science

Wonderful Science |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by EXEM 2019. 7. 10.

 

 

 

 안드로메다 은하를 본 적이 있나요? 안드로메다는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천체입니다. 우리 은하의 2배 크기에, 별의 개수도 최소 2배넘는 1조개나 되지요. 그런데 예전에는 안드로메다가 우리 은하 안에 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25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고, 우리 은하보다도 훨씬 큰데 말이죠. 이 믿음이 깨진 것이 채 100년도 안된 일인데요. 그 중심에 허블이라는 천문학자가 있었습니다. 

 

<허블 망원경이 촬영한 안드로메다 은하, 출처 : 유튜브>

 

 

 

팽창하는 우주

 

 천문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아마도 “우주의 팽창”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이게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그리고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1. 안드로메다는 우리 은하가 아니었다!
 할아버지의 무릎에서 천문학을 배우고 고등학교 때 화성에 대한 글을 썼을 정도로 천문학을 좋아했던 허블은 고등학교 교사, 권투선수, 변호사, 1차대전 참전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자가 되고자 하는 꿈을 접지 않았죠. 결국 허블은 사랑하는 천문학을 하기 위해 1919년 당시 가장 큰 망원경이 있던 윌슨산 천문대로 가게 됩니다. 
 1923년 10월, 그는 안드로메다 성운을 관측하던 중 세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합니다. 허블은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해 안드로메다 성운까지의 거리를 추정하였죠. 허블이 계산한 안드로메다까지의 거리는 90만 광년이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정확하지는 않지만(실제로는 250만 광년), 중요한 것은 그 당시에 이미 우리 은하의 크기가 10만 광년으로 알려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10만 광년 안에 어떻게 90만 광년이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야?
세상에, 안드로메다는 다른 은하였어! 우리가 세상의 모든 것이 아니었어?”
 
 당시에 이건 지동설에 버금가는 충격입니다. 우리의 프레임에 혁명을 가져온 사건이죠. 허블이 라이벌이었던 섀플리에게 자신이 발견한 결과를 편지로 알리자, 섀플리는 “나의 우주가 사라졌다”고 탄식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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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잠깐, 허블은 어떻게 거리를 계산해냈을까?

 1912년에 이미 헨리에타 스완 레빗 등 여성 천문학자들이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해 천체와의 거리를 재는 방법을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그녀들을 ‘컴퓨터들’이라고 불렀어요. 계산원이란 의미죠.) 레빗은 대학에서 천문학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망원경 한 번 만져보지 못한 채 30년 가까이 하버드 대학 천문대에서 사진 건판을 검사하는 계산수로 근무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 천문대에서 일하고 있는 레빗, 출처: 위키피디아>

 레빗은 마젤란 성운의 1800여개의 변광성을 관찰, 기록해 변광성의 밝기와 주기의 규칙성을 밝혀낸 인물입니다. 레빗의 이 발견으로 우리는 먼 천체와의 거리를 알 수 있게 되었는데, 허블은 자신의 저서에서 “레빗이 우주의 크기를 알 수 있는 키를 만들어 주었다”고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레빗은 생전에는 합당한 인정을 받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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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주가 팽창한다? – 허블의 법칙

 

<거리가 먼 은하일수록 적색편이가 크게 관측된다. 즉 먼 은하일수록 멀어지는 속도가 빠르다. 출처: 과학잡지 뉴턴>

 

 이어서 1929년에 허블은 ‘적색편이의 법칙’이라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논문에서 그는 우주의 모든 천체들이 적색편이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적색편이란 천체의 색깔이 붉은색으로 편향되어짐을 말하는데, 이것은 그 천체가 우리로부터 멀어져 파장이 늘어날 때 생기는 현상입니다. 

 

 은하들이 적색편이를 보인다는 것은 천체가 스스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늘어남으로 인해 그 공간 안에 있던 존재들간의 간격이 벌어짐을 말합니다. 결국, 우주가 팽창하는 모습을 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거리가 멀수록 멀어지는 속도가 커진다는 것이 ‘허블의 법칙’입니다. 우주는 현재 가속 팽창 중입니다.

 

 허블이 1929년 ‘허블의 법칙’을 발표하기 전 우주의 팽창에 대해 먼저 연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1922년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프리드만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적용해 수학적으로 우주가 팽창한다는 결론을 도출합니다. 이어 1927년에는 벨기에의 신부 조르주 르메트르가 우주 팽창을 수학적으로 적용해 빅뱅이론의 단초를 제공합니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빅뱅이론의 지지자들과 달리 아인슈타인은 우주는 시공간에 관계없이 항상 변하지 않는다는 ‘정상우주론’의 입장이었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도 우주가 팽창하는 압력을 상쇄하기 위해 우주상수를 만들어 우주를 ‘안정화’시켰고요. 정상우주론자들은 이제 관측으로 증명한 허블의 법칙으로 입을 닫아야만 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1931년 윌슨산 천문대에 직접 방문해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내 일생일대의 실수는 우주상수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3. 빅뱅이론과 우주배경복사

 빅뱅이론은 우주팽창과 논리적으로 같은 말입니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말을 거꾸로 돌리면 ‘우주는 한 점에서 시작했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죠. 유리 구슬이 깨져서 파편이 흩뿌려지는 화면이 있다고 해 봅시다. 이 영상을 뒤로 돌려보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하나의 단단한 유리 구슬로 다시 돌아가겠죠?

 

 1940년대 들어서 여전히 정상우주론자들과 빅뱅우주론자들과의 대립이 계속되던 가운데 러시아의 조지 가모프는 빅뱅이론을 주장하면서 놀랍게도 다음과 같은 예측을 합니다. “빅뱅 초기에 에너지가 매우 큰 파장이 공간의 팽창으로 시간 여행을 하였다면, 지금쯤 아주 작은 전파로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빅뱅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예견인데..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증거가 발견됩니다!

 

 1964년 벨 연구소의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은 전파천문학 연구용으로 극저온 마이크로파를 감지할 수 있는 전파 안테나를 개조하려고 했습니다. 정확한 수신을 위해 잡음을 제거하려 모든 소음을 다 제거해도 한 가지 정체불명의 잡음이 계속 남아있었습니다. 안테나도 수리하고 심지어 비둘기 똥도 청소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는데요. 그러던 와중에 그들은 그 잡음이 바로 옆에 있는 프린스턴 대학교의 천체물리학자들이 찾고 있던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CMB : 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없애고 싶었던 잡음이 우주배경복사였던 것이죠!

  

 빅뱅 38만년 후 우주 온도가 3000K정도로 식자, 전자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양성자에 끌려 포획됩니다. 전자와 양성자의 재결합으로 우주가 투명해지자, 그동안 플라즈마 상태에서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던 광자가 드디어 우주로 뻗어나가게 되는데요. 그 빛(광자)이 바로 펜지어스와 윌슨이 우연히 발견한 우주배경복사입니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를 균일하게 가득 채우고 있는 마이크로파 복사입니다. 어렸을 적 흑백 진공관 TV에서 애국가가 끝나면 나오던 지지직하는 화면의 소리나,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도 바로 CMB입니다. 우리는 우주의 먼 과거와 함께하고 있는 것이죠. 

 

<우주배경복사 관측을 위해 쏘아올려진 인공위성과 우주배경복사의 정밀도, 출처 : Mars At School>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우주가 가속 팽창 한다는 것은 관측으로 확증이 되었습니다. 우주 공간은 무한히 팽창하는데, 우리는 빛의 속도로 도달할 수 있는 거리까지의 우주만 볼 수 있습니다. 점차 팽창된 공간과 측정 가능한 공간 사이의 갭이 커지고,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던 천체마저도 그 지평선을 넘어가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만약 우리가 그 때까지 생존해 있고 어떤 기록도 없다면, 아마도 우리는 100년전에 우리가 믿었던 것과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광활한 우주에 오직 우리 밖에 없다고.. 왜냐하면 밤하늘에 단 하나의 별빛도 없을 테니까요. 별들도 더 만들어지지 않고, 블랙홀들이 은하를 잡아먹다가 증발하고, 거기서 나온 방사선만이 존재하다 결국 우주는 절대 온도 0도에 근접하는 열적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도저히 상상도 안되는 오랜 후의 이야기입니다. 아름답고 찬란한 결말이 아니라 슬픈가요? 슬프다는 감정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시간입니다. 우주는 거의 무한한 시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광활한 시공간 속에서 어디서 어느 만큼 있다가 가는 것일까요? 지금 내가 있는 이 공간, 이 순간만이 내가 우주를 알고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지금 매 순간 경험하고 있는 ‘그저 상식적인’ 내 주변은 우주적으로 보면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흔하지 않은 일인지.. 어둠을 통해 빛을 알고,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듯이 우주를 통해 나를 바라볼 때,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게 됩니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일부인 화로자리의 허블 울트라 딥필드 사진. 가장 작고 크게 적색편이화 된 빛은 거의 138억년 된 은하이다.
우주에는 최소한 2조개의 은하가 있다. 출처 : 위키랜드>




[참고문헌]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카를로 로벨리

위키피디아

『경이로운 우주』, 브라이언 콕스

『세상을 바꾼 우주』, 원정현



※ 이 글은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필자 개인의 견해를 나타낸 글이며, 회사 방침과는 무관합니다.


기고 | 엑셈 아카데미 김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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