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대멸종
인류의 미래가 될 것인가?
ppm(parts per million)은 ‘백만분의 1’이라는 뜻입니다. 이산화탄소 400ppm이라면 공기분자 백만 개중에 이산화탄소가 400개 있다는 말이죠. 지구 대기는 질소와 산소가 99%를 차지하고 나머지 1%에서도 아르곤 비율이 93%입니다. 이산화탄소는 전체 대기 중에 0.004%밖에 안되죠. 그런데 이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구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200여 년에 걸친 과학자들의 연구로, 지금 진행 중인 여섯 번째 대멸종의 주범이 인간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임이 확실해졌습니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에 들어온 태양에너지를 대기에 가두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기체입니다. 지구 온실효과의 74%를 차지하죠. 이산화탄소는 강력한 온실효과를 일으켜 만약 100개 공기분자 중 이산화탄소가 1개꼴로 있어도 평균 기온을 100도나 올릴 수 있다고 합니다.
<나사의 기후 사이트에 들어가면 기후관련 지표들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climate.nasa.gov>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은 0.75도가 상승했습니다. 그 결과가 미국의 산불과 허리케인, 유럽의 폭염, 중동의 가뭄 등이고요. 이것은 ‘실현된 온난화’입니다. 또한 우리가 배출은 했으나 결과로 아직 나타나지 않은 온난화가 있습니다. 배출된 이산화탄소 대부분은 바다가 거둡니다. 바다는 열을 서서히 흡수하기 때문에 온실효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최소 몇십 년 후입니다. 이게 배출은 됐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은 온난화’ 인데, 이 값이 온도로 환산해 0.6도 정도 됩니다. ‘이미 실현된 온난화’ 0.75도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온난화’ 0.6도를 합한 1.35도가 우리가 산업혁명 이후 올려놓은 값입니다.
<1950년이후 이산화탄소 농도증가율은 수직을 이루고 있다. 450ppm을 절대 넘지 말아야 한다. 현재는 412ppm이다. 이미지 출처 : climate.nasa.gov>
원인은 이산화탄소 과다배출
과학자들은 우리가 지켜야 할 임계 온도가 1.5도라고 말합니다. 만약 인간 활동으로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하게 되면 더는 우리도 어쩌지 못하는 상태로 넘어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도미노에서 첫 패를 건드린 것과 같습니다. 넘지 말아야 할 1.5도에서 이미 결정된 1.35를 빼면 남는 값은 0.15도입니다. 앞으로 그나마 허용된 탄소배출량입니다. 우리 후손들은 탄소배출을 현재의 6분의 1로 줄이면서 살아야 한다는 얘기죠. 우리가 한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우리 자녀와 손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되는 것입니다. 16살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툰베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어요”
<고생대 말의 3차 대멸종 때 지구 온도는 6도 상승했다. 인류가 당장 2도 상승을 막지 못하면, 지구 평균 기온은 순식간에 6도 까지 올라가게 될 것이다.
대멸종 때마다 최고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다. 오른쪽 표에서 빨간 부분은 이미 멸종된 생물종의 수치이다. 이미지 출처 : 중앙일보(좌), 조선일보(우)>
1만 년 전 농업혁명은 우연하게 안정된 기후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지난 500만 년 동안 인류는 2도 이상 온난화된 상태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2도 상승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2도를 넘자마자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양의 되먹임을 만들어 6도 이상으로 기온을 끌어올리게 될 것입니다. 약 2억 5000만년 전에 일어난 페름기 말 대멸종은 지구 역사상 가장 규모가 컸는데, 당시 지구 온도가 6도 상승했고 생물종의 96%가 사라졌습니다. 100만 년에 걸쳐 진행된 사건이었죠. 그런데 우리는 100년도 안 남은 이번 세기 안에 이 길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마지막 빙하기가 1만 2천년 전에 끝나고, 농업혁명과 함께 인류는 비교적 안정한 기후속에서 문명을 꽃피웠다. 1300-1900년까지 소빙하기가 있었다.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14세기에서 19세기 중반까지 유럽과 북미지역 기온이 1950~1980년의 평균보다 0.4~0.6도 정도 낮았습니다. 흉작과 기아가 많았던 이때를 소빙하기라고 합니다. 1347~1352년 유럽은 흑사병으로 2500만 명이 사망하고, 희생양으로 삼은 마녀사냥으로 50만 명을 죽입니다. 18세기에 유럽인들의 키가 6.4cm나 작아졌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농업 기반의 사회에서 혹한이 얼마나 삶을 피폐하게 했는지 무수히 많은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인류의 문명은 지구 서식지의 기후 속에서 펼쳐진 드라마입니다. 1789년 프랑스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던 여름, 7월 14일의 아침 기온은 10.5도였으며 그날 곡물 가격이 가장 높았습니다. ‘위대한’ 프랑스 혁명은 추위와 흉작, 농산물 가격의 폭등이 불러온 결과였습니다. 근대의 태동인 산업혁명도 이때 시작되었습니다. 계속되는 추위로 연료로 사용하던 목재가 부족해지자 처음에는 노천의 석탄을, 나중에는 땅속 깊은 곳에서 석탄을 캐내게 되었습니다. 이때 채탄을 방해한 갱도의 물을 퍼내기 위해 고안한 기계가 증기기관이었던 것입니다.
<소빙하기 혹한으로 나무의 성장이 지연되면서, 치밀해진 나무의 조직은 명품을 만들었다.
"Lady Blunt" 라 불리는 1721년 제작된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은 2011년 1590만 달러에 거래되었고,
1719년 제작된 "MacDonald" 라는 이름의 스트라디바리우스 비올라는 4500만 달러를 호가했다. 문명은 기후 위에 펼쳐진 드라마다.>
지구온난화는 폭염, 해빙, 해수면 상승, 생명체들의 대량 멸종 등을 일으켜 '수많은 사망자와 피해'를 낳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자연재해’보다 더 무서운 일은 그다음에 이어질 물 부족과 식량 위기로 인한 불평등, 내전, 난민, 국가 간 분쟁과 전쟁입니다. 불안과 공포가 덮치며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전제 국가가 출현할 가능성도 커질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질주하는 상황을 잘 막을 수 있을까요? 자신의 한 없는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 인류가 방아쇠가 당겨진 기후 위기를 과연 통제할 수 있을까요? 지구는 더는 인내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지구는 인간에게 관심 없습니다. 다섯 번이나 대멸종이 일어났는데 여섯 번째 대멸종은 왜 안되겠습니까? 대멸종 당시 최고 포식자는 모두 지구에서 사라졌습니다. 대멸종 후에는 또 다른 진화의 페이지가 펼쳐져 왔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는 지구의 위기가 아니라 인류 생존의 위기입니다.
<시리아 내전과 난민, 소말리아 내전, 수단 다르푸르에서 행해진 '인공청소' 모두 이 지역에 불어 닥친 극심한 가뭄 때문이었다.
지구 한편의 풍요는 다른 나라의 배고픔과 목마름이 되었다. 이미지 출처 : 동아닷컴>
과학자들은 2020년이 임계온도 1.5도로 막을 수 있는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해라고 말합니다. 온실기체 배출량 1위 국가인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습니다. 선진국들이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배출한 온실가스의 피해는 가난한 나라와 국민이 고스란히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불평등, 불공정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9월 1일 요트로 대서양 횡단을 한 16살 툰베리는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후변화의 시급성을 확신시킬 수 없었습니다. 과학에 귀를 기울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듣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9월 19일 일본은 후쿠시마원전 사고 첫 형사재판에서 관련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서울은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 도시다. 출처 : 조인스 이노베이션 랩, 미래세대의 미래는 있는가>
에너지를 과다 사용하고 다가올 위기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한국도 그들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기후위기는 자연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넘어서는 문제입니다. 나와 인류 공동체가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가치의 문제이자, 안정된 사회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에 대한 문제입니다. 무한한 욕망의 실현과 무책임성으로 끝을 향해 달리는 인류 문명에 가해지는 경고입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요? 원인이 이산화탄소의 과다배출이라면, 해결책은 이산화탄소를 줄이면 되겠죠?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정책을 취하고, 고기보다는 채식 위주로 생활시스템을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지구 전체경작지의 1/3이 가축을 위해 쓰이고 있습니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려면 옥수수 16kg이 필요한데, 에너지가 16배 더 든다는 얘기입니다. 우리의 탄소발자국을 줄여야 합니다. 지구 평균기온 1.5도를 지키려면 매년 18%의 탄소배출을 절감해야 합니다. 기후위기는 이미 전지구적인 사회정치문제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지도자와 정책이 나와 우리 자손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의 질이 추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과학을 알고, 더 참여하는 시민이 되어야 합니다. 기후위기와 동떨어진 나만의 삶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문턱 값은 1.5도
[참고문헌]
「파란하늘 빨간지구」, 조천호
「기후와 문명」, 노의근
「대멸종 연대기」, 피터 브래넌
「이산화탄소 : 지질권과 생물권의 중개자」, 옌스 죈트겐
※ 이 글은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필자 개인의 견해를 나타낸 글이며, 회사 방침과는 무관합니다.
기고 | 엑셈 아카데미 김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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