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엑쓸신잡/원더풀 Science

Wonderful Science | 왜 과학인가?

by EXEM 2019. 5. 8.

 

 

 

과학은 ‘비판적 사고’라는 방법론

 중세에 마녀 사냥을 할 때, 누가 마녀인지 어떻게 판정했을까요? 간단합니다. 물에 빠뜨려 보면 됩니다. 만약 물에 뜬다면 마녀입니다. 그녀는 물에 빠져 죽던지, 아니면 마녀이니 불에 타서 죽게 됩니다. 최소 50만 명이 희생되었던 마녀 사냥의 시대는 장중한 바로크 음악이 배경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신을 중심으로 모든 질서가 돌아갔으며 질병과 자연 재해와 같은 재앙은 마녀라는 희생양의 책임으로 돌렸습니다. 

 

 뉴턴역학이 등장하면서 근대가 출발하고, 기득권층은 깊은 좌절을, 신흥 세력은 사회적 비판 의식을 키우게 됩니다. 귀족을 골탕 먹이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그 시대 정신을 반영합니다. 우리나라 조선 후기 판소리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사람들은 우리 공간을 밝게 채우는 빛의 정체에도 관심을 둡니다. 빛은 파동일까요 아니면 입자일까요? 색깔과 이미지는 어떻게 구성되는 걸까요? 빛을 해체하여 인상 만을 남기는 인상파가 나타났고, 시민은 클로드 드뷔시의 음악에서 보듯 달빛의 인상을 그대로 선율에 담는 시대에 살게 되었습니다. (드뷔시 ‘달빛’ 들어보기)

 

<그림1 | 인상, 해돋이(1872)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

 

 세계 대전과 현대 물리학의 탄생으로 대표할 수 있는 격동의 20세기를 거치면서, 이제 인류는 생물과 무생물의 공진화를 넘어서 '신의 경지'까지 넘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시대에 살고 계신가요? 우리는 같은 시대에 살고 있을까요? 아직도 좌-우 대립을 내세우고, 맹신을 내걸고 있는 중세 고전주의 시대를 살고 있지는 않나요? 이정표 없이 표류하며 즐거움만을 탐닉하는 낭만주의 시대? 분명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는 또한 각자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과학과 기술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에도 비과학, 유사과학에 둘러싸여 눈을 감고 여전히 지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조차도 자신의 잘못된 욕심을 감히 과학이란 말로 포장을 합니다. 

 
과학은 확실한 답이 아니라 최선의 답이다.
 
 과학은 누군가 아이디어를 세우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이론을 만들고, 이 이론을 검증할 실험이나 관측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것이 검증 가능함을 보일 때, 처음엔 가설이었던 것이 드디어 보편성을 얻고 이론이 됩니다. 이 과정 속에서 견지해야 할 핵심적 태도가 ‘비판적 사고’입니다. 그래서 과학은 단순히 과학지식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사고의 방법론을 갖추는 것을 말합니다.
비판적 사고가 왜 과학의 핵심일까요?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존재론적 물리학 여행’이라는 부제를 단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라는 책에서 비판적 사고란 “우리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우리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더 나아질 수 있는 유일한 태도라는 거지요. 과학은 지금의 것이 확실하다고 고집하는 데서 신뢰를 얻는 것이 아니라, 더 정확한 솔루션으로 언제든 교체될 수 있음을 인정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것입니다. 과학은 ‘현재까지 최선의 답’입니다.
 
“어느 것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라(Nullius in verba).” (영국 왕립학회)
 

  <그림2 | 영국왕립학회>

 

 The Royal Society 영국왕립학회의 정식 명칭은 ‘The Royal Society of London for Improving Natural Knowledge’이며, 자연 과학 분야의 지식 탐구를 목적으로 합니다. 1660년 소수의 자연철학자와 물리학자로 출발했고, 뉴턴, 아인슈타인, 다윈, 와트, 패러데이등 8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외국의 과학자들에게도 개방되어있고 현재 1600명의 회원이 있습니다. 문장에 학회의 모토가 선명합니다.

 
 한편,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합니다. 가설, 이론, 검증, 원리를 세워 연구를 하는 과학자도 아니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데 별 불편함도 모르겠는데, 내가 왜 굳이 어려운 과학을 알아야 하지? 
 
 
 
우선, 속고 살지는 말자.
 점점 더 복잡해지는 초연결사회, 과학과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서 기본적인 과학 지식도 없고, 비판적 사고도 하지 않는다면 넘쳐나는 비과학, 유사과학, 가짜뉴스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기란 거의 불가능 합니다. 혹시 콜라겐이 좋다고 따로 사 먹거나 얼굴에 바르고 계신가요? 효소와 천연 비타민과 글루텐 프리 빵을 비싸게 사 드시나요? 전자레인지 돌면 무섭고, TV옆에 전자파 차단 선인장이라도 두면 마음이 놓이나요? B형 남자는 성격이 안 좋으니까 사귀지 않고, 결혼 날짜는 점집에서 잡으시나요? 요즘 같은 세상에 심지어 지구가 평평하다고 유튜브에 당당히 올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과학이 아닌 것은 더 있다. 대표적인 유사과학 상품인 게르마늄 팔찌에 관련된 논리 구조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 1. 게르마늄은 반도체로 이용된다.(이건 맞다 O) 2. 반도체를 적절히 이용해 전류를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게 할 수 있다.(이것도 맞다 O) 3. 따라서, 게르마늄 팔찌를 착용하면 혈액이 한쪽 방향으로 잘 흐르는 정류 작용이 생겨, 혈액흐름을 개선할 수 있다(삑! 엄청난 비과학적 비약이다 X). 이처럼 많은 유사과학 상품은, 과학으로 시작해 도중에 엉뚱한 샛길로 살짝 빠져 사람들을 현혹한다. 집 아래에 수맥이 있어 잠을 못 잔다는 것도 거짓, 조상 묘의 위치가 후손의 성공을 결정한다는 것도 거짓이다. 혈액형과 성격이 관계가 있다는 얘기, 태어난 시점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주팔자 얘기, 뇌 호흡, 텔레파시 얘기도 하나같이 황당한 비과학적 주장이다.” (성대신문 인용) 
 

<그림3 | NASA를 방문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WMAP 인공위성이 찍은 우주배경복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서양 지식인들에게 과학은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고 최고의 교양이다.>

 

 

 

과학은 최고의 교양이다

 과학과 기술이 사회를 지탱해주고 있는 시대에 과학은 최고의 교양입니다. 교양이란 널리 통용되는 상식과 다릅니다. 교양이 ‘의미지각의 범위와 정확성을 부단히 확장, 향상시켜 나가는 능력’이라면, 과학만큼 이에 들어맞는 것은 찾기 힘들 것입니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를 지어내고 믿는 일은 어리석을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얼마 전 독서계를 강타했던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과학자가 아닌 이스라엘의 역사학자입니다. 그 책의 스토리 전개 패턴을 보자면, 인문학자들 조차도 얼마나 과학에 의지하고 적어도 그렇게 보이고자 애를 쓰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과학자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합리적 사고를 위한 노력과 중요한 과학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특히 일반인들은 먼저 과학을 알아야 합니다. 과학 지식을 갖추고 있을 때, 과학적 방법론으로서의 비판적 사고도 가능할 테니까요. 더구나 교양으로서의 과학은 그 자체가 큰 즐거움입니다. 현대사회는 과학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는 그 어떤 지식 체계도 쌓아 올릴 수 없습니다. 과학과 기술, 인문학, 예술이 새롭게 조립되고 융합되는 시대에 과학은 주춧돌이자 지렛대입니다.

 

“진정한 무지는 지식의 부재가 아니라

그것을 얻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칼 포퍼)

 

 

 

인용 및 참고자료

성대신문, 과학인 것, 과학이 아닌 것

『보이는 것은 실재가 아니다』, 카를로 로벨리

[EBS 인문학특강]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과학이라는 헛소리』, 박재용

다음 웹툰, 유사과학 탐구영역

 
 
 


 
기고 | 엑셈 아카데미 김현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