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도! 정신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여자친구와 함께 속초와 유성을 다녀왔습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죠.
네비게이션(이하 “네비”) 없는 설움
저는 아직 네비가 없습니다. 그래서 초행길을 갈 때는 항상 네이버 지도로 찾아서 자료를 출력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네비 없는 대가를 톡톡히 치뤘습니다. 막상 가면서 출력해간 문서와 한 코스 하나하나 비교하다 보니 애매한 부분이 많더군요. 그 덕분에 출발한지 5시간만인 새벽 3시에야 청간정콘도에 도착했습니다. 게다가 속초 도착하니 비가 억수같이 내리더군요.
비 오는 날, 텐트에서 하루를 보내다
숙소인 청간정 콘도는 정확히 말하면 청간정 콘도의 모래사장에 펼쳐놓은 군용텐트였습니다. 군용텐트 아시죠? 군대 갔다 오신 남자분들 다 아실 겁니다. 텐트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깔끔하고 바닥도 잘 정리돼서 괜찮더라고요. 추운 것만 빼고는 말이죠.
새벽에 도착해서 불빛도 없는 어두운 곳에서 비 맞아가면서 텐트 안에다 짐 풀고나니 정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그래도 새벽 바다 보려고 나왔더니 역시 바다는 아름답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 아름답고 평화로운 바다에서 닥칠 일을 상상도 못했습니다.
비도 오고 하니 은근히 텐트 안이 춥더군요. 그래도 더운 것보다는 낫지 않냐고 서로 위로하면서, 준비해온 와인 한잔하고, 일단 잤습니다.
바다에 빠지다
아침 8시정도, 아침 준비하느라 주위 텐트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잠은 별로 못 잤지만 화창한 날씨 때문인지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날씨가 전날과 달리 딱 바다에서 놀기 좋은, 완벽한 여름 날씨였습니다. 간단히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무작정 바다로 달려가니 바다에서 파도를 타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래, 우리도 파도를 타고 노는거야”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바다로 들어갔습니다.
그 순간! 큰 파도가 밀려와 저희를 순식산에 휩쓸어 가버렸습니다. 소위 말하는 물에 빠진 것이죠. 나름 수영을 배운 저라 처음엔 별로 긴장 않되더라구요. 단지, 발이 땅에 안 닿으니깐 여기를 빨리 나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나가야지, 빨리 나가야지.’ 하는데, 참 이상한 건 제 몸이 움직이질 않는 겁니다. 그러는 동안 점점 숨은 차오르고……안되겠다, 싶었죠. 일단 있는 힘을 다해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밖을 보는 순간 해변의 사람들이 보이더군요. 구조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계속 살려달라는 소리를 지르며 손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옆을 보니 제 여자친구도 손을 열심히 흔들더군요. 다행히도 구조요원이 튜브를 던져 주었고, 저희는 무사히 나올 수 있었습니다.
튜브를 붙잡고 나오는데 이상하게 창피한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하지만 나오면서 최대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태연한 표정으로 걸어 나와서, 모래사장에 앉았습니다. 다행히 물은 거의 먹지 않은 것 같고요. 여자친구를 보니 그다지 힘들어하는 기색도 없이 오히려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아. 오빠 덕분에 난 물 안 먹었으니깐.’
이건 무슨 의미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자친구도 파도에 휩쓸려 갔을 때 당황했지만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제가 있더랍니다. 제가 수영을 잘하니 괜찮을거라 생각하면서 저를 꼭 붙잡았답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물 위에서 숨을 쉬고 있던 것이죠. 그렇습니다. 제 여자친구가 저를 잡는 바람에 제 몸이 안 움직였던 것이죠. 그러다가 제가 숨을 못 참고 나올 때 제 여자친구를 잡고 끌어내린 겁니다. 여자친구는 물밖으로 나온 제 얼굴 표정을 보고서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손을 흔들기 시작하니깐, 자기도 손 흔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마구 흔들었답니다. 다행히 제가 “살려주세요!”라고 외친 소리는 하나도 안 들렸다더군요.
아무튼 그렇게 한 10분을 모래사장에서 앉아있다가 샤워하러간 샤워실 앞에서 튜브를 던져준 생명의 은인, 구조요원을 만났습니다. 아는 척 하니깐, 저를 처음 보자마자 하는 말이.
“아까 진짜 멋있으셨던데요. 얘기해드리고 싶었는데 못했어요.” / “네?”
“여자친구 못 나올까 봐 옆에서 계속 같이 있어주셨잖아요.” / “네? 아… 네”
“같이 놀러 와서 물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남자분들 대부분이 같이 빠지면, 자기 먼저 일단 나오고 봐요. 남자는 힘이 있으니깐 대부분 나오거든요. 근데 여자분들은 못나오죠. 그러면 밖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시는 분들 많거든요. 근데 옆에 있으시면서 손도 흔드시고. 대단하시던데요”
샤워를 하면서 왠지 웃음만 계속 나왔습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보였다는데,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아, 이럴 줄 알았음 여자친구한테 이야기 다 하지 말걸…’ 하는 후회와 함께 말이죠.
속초에서 유성까지: 무리한 일정? 근육통이 찾아오다
대포항을 들려서 맛있는 새우튀김과 쥐포를 먹고, 그리고 설악산을 드라이브하는 것으로 속초에서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유성으로 향했죠. 이번에도 애매한 지도덕분으로 5시간 반 만에 계룡스파텔에 도착했습니다. 왠지 몸상태가 안좋다는 느낌이 들더니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온몸이 떨리는 겁니다. 근육통이 온 것이죠.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온몸이 다 떨리더고. 몸을 만지면 몸이 멍든 것처럼 아프더군요. 그래서 저녁에 먹으려고 준비했던 맛있는 먹거리들과 와인 그리고 맥주은 손도 못대고, 샤워하고 나서 온몸을 떨며 그대로 잠들어 버렸습니다.
일정을 무사히 마치다
유성에서 저녁을 먹고 서울을 향해 8시 정도에 출발했습니다. 올라오면서 휴게실에 들려서 이것저것 사먹고 놀고, 마지막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다 주고, 혼자 집에 오면서 이번 여행에서 있었던 일들을 생각했습니다. 웃음만 가득 나오더군요.
저는 이번 휴가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정말 힘들었지만 최고의 휴가였다고. 이미 휴가를 갔다 오신 분도 있겠지만, 아직 못 가신 분들은 저보다 더 멋지고 재미있는 추억을 많이 만드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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