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당신을 위한 ‘초연결 시대의 현자 되기’ 프로젝트! 21세기 혼란스러운 초연결 사회에서 중심을 잡고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내용들을 담아 돌아온 ‘필리노베이터’입니다. 지난달에 살펴본 ‘호모 사피엔스, 그 성공의 비밀’에 대한 내용에 이어, 오늘은 ‘인류, 뇌의 이해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공상 과학 콘텐츠의 단골 아이템, ‘뇌’
바로 어제, 12월 22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2003년 3편 개봉 이후 18년 만에 매트릭스 4편이 개봉한 날입니다. 매트릭스가 처음 개봉되었을 당시 어마어마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영화인만큼, 오랜만에 찾아온 4편에 대한 기대감이 개봉 전부터 뜨거웠는데요.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매트릭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바로 1995년에 제작된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攻殻機動隊, Ghost in the Shell>입니다. 이 영화가 상영된 이후 기억, 감정, 인식을 소재로 한 AI, 로봇 관련 영화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공각기동대의 영향을 받아 제작된 대표적인 영화는 <매트릭스>, <로보캅>, <블레이드 러너>, <루시> 등이 있습니다.
공각기동대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형사 쿠사나기가 기댄 목 받침이 90도로 접히면서 외부 바늘이 쿠사나기의 목 받침 뒤 구멍에 삽입되자 환경미화국의 정보 서버에 접속되어 추적 중인 차량의 현재 위치가 표시되고 가장 빠른 길로 최단 거리가 표시됩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주인공인 네오의 뒷머리에 기다란 바늘 형태 전극이 꽂히고, 뇌에 주짓수 프로그램을 업로드하자 네오는 곧바로 쿵후의 고수가 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두 장면의 차이라고 한다면 매트릭스에서는 전극(Electrode)이라고 불리는 금속 막대를 통해 우리 뇌와 정보를 주고받지만, 공각기동대에서는 전자두뇌를 통해 생물학적 두뇌와 인공지능 컴퓨터를 연결하는 정도입니다.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했으니 일종의 사이보그라 할 수도 있겠네요. 물론 어느 것이 더 발전된 기술인지는 따져봐야 하겠습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과 미드 블랙미러 시리즈 중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에서는 주인공들이 VR(Virtual Reality) 장비를 쓰고 가상의 세계에서 활동합니다. 이런 기술들은 생소한 것은 아닙니다. 요즘 VR 또는 AR(Augmented Reality) 장비들이 많이 출시되어 있고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공간의 기술들도 한창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인류, ‘뇌의 이해’를 꿈꾸다
💬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라는 책의 작가이자 수학자인 이언 스튜어트(Ian Stewart, 1945~)
"만약 우리의 뇌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단순하다면 우리는 너무 단순해서 결코 뇌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뇌는 우주만큼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우주 속을 탐구하는 영역의 학문을 신경과학 또는 뇌과학이라 부르고, 뇌의 기능을 공학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뇌공학이라 합니다. 과학자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있지만 뇌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뇌의 기능들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는 편입니다.
인간의 뇌에는 신경세포가 약 860억 개가 존재하고 신경세포들 간에 신호를 전달하는 연결 지점인 시냅스의 숫자는 수백조 개로 추정됩니다. 뇌를 연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거대한지 얼추 느껴지는 엄청난 숫자들입니다. 그래서 사람보다 뇌구조가 단순한 선충과 같은 벌레를 가지고 뇌연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17년 Biological Intelligence에서는 유전자와 신경계가 분석된 예쁜꼬마선충의 뇌를 본 딴 신경회로를 만들어 레고 로봇에 이식하였습니다. 이 선충의 302개의 뉴런 정보를 회로에 집어넣고 뉴런 간의 전기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칩을 레고로 만든 로봇에 탑재했습니다. 가급적 선충의 구조와 유사하게. 더듬이 역할을 하는 센서와 몸을 움직이게 해주는 모터를 장착했습니다. 그리고 이 로봇에 전원을 넣자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원격으로 로봇을 제어하는 어떤 명령도 내리지 않았지만 로봇은 스스로 움직였습니다. 로봇이 벽에 부딪히면 더듬이를 움직여 방향을 바꾸거나 몸을 뒤로 빼는 동작도 수행했습니다.
선충의 신경망 구조는 정말 간단하지만 선충이 어떻게 움직이고 뉴런과 뉴런 사이에 정보를 주고받는 시냅스의 메커니즘은 어떠한지 과학자들은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신경 세포들 간의 강도가 센지, 약한지에 대한 정보도 측정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뉴런 신호를 보내는 임곗값만 임의로 조정했을 뿐인데, 로봇은 별도의 프로그래밍 없이 장애물을 피하며 음식을 향해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치 무생물에게 생명을 주입한 것과 같고, 모터에 전원만 공급하면 영원히 움직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뇌는 전기신호만으로 작동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인간 뇌의 신호체계를 모두 분석한 후 회로칩에 프로그래밍해 입력한다면, 이론적으로는 인간의 뇌도 예쁜꼬마선충처럼 작동하리라는 가정을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뇌와 AI의 공진화(共進化)
흔히 인공지능은 우리 뇌 신경계의 작동원리를 모방하여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AI 알고리즘 중 일부가 뇌과학의 개념을 이용했을 뿐 인공지능은 독자적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새가 하늘을 나는 것을 보고 인간이 비행기를 만들었지만, 현대의 비행기는 실제의 새 모습과 다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뇌 연구와 인공지능 연구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공진화하고 있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흔히 뇌를 우주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미지의 영역이자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뇌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들이 많지만 잘 알려진 방법으로는 뇌파와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장비를 가지고 연구합니다. 뇌 연구가 어렵고 힘든 이유는 실제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야 하고, 이는 윤리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는 것은 실험 조건을 맞춘다든지, 피실험자를 통제한다든지, 신뢰할 통계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을 동원해야 한다든지 하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도구로 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인간의 감각 중에서도 시각 연구에 먼저 시도해 보니, 인공 지능이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절차가 인간의 뇌가 처리하는 절차와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인간이 시각을 처리하는 과정은 선과 경계를 먼저 인식 후, 형태를 인식하고, 이후 물체와 대상을 인식하는데 인공지능 또한 이런 순차적, 계층적 절차를 밟는 것입니다. 청각 인식 또한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은 매우 비슷한 프로세스를 거칩니다. 인간이 일으키는 청각 오류(잘 못 듣거나 다른 의미로 알아듣는 등)는 인공지능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습니다. 즉 사람의 신경망 프로세스와 인공지능의 정보 처리망은 매우 비슷하게 순차적, 계층적 절차 과정으로 처리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앞서 뇌 연구 목적의 하나가 뇌 질환 연구라고 했습니다. 여기에도 인공지능은 가장 효율적인 뇌질환 연구개발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직접 실험하기 어려운 각종 질환에 대한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프로그래밍 하여 어떤 결과들이 일어나는지 간접적으로 알아냅니다. 인공지능의 감각 처리 과정도 인간의 뇌와 비슷하게 작동되고 있다는 실험 결과를 전제로 한다면 인간 뇌의 보상 체계, 공감 기억과 공간 탐색 모델, 그리고 제어 모델 등을 인공지능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 요인으로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입술만 움직이면 무슨 의미인지 알아채는 무성 언어 인식이라든지 상상을 하면 언어로 바꿔주는 상상 언어 인식 같은 기술도 뇌과학자들이 염원하는 기술입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뇌의 신호를 컴퓨터가 인식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럼 어떻게 뇌의 신호를 컴퓨터가 받아들이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라는 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이 요즘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뇌에서 측정되는 신경 신호를 해독해서 외부에 있는 기계를 제어하거나 외부와 소통을 하거나, 개개인의 뇌 상태를 추측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즉 우리 뇌의 신경신호로부터 명령어를 생성할 수 있는 일종의 번역기 기술이라 하겠습니다. 최근에는 AR, VR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주변의 가정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BCI 기술 등이 매우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뇌는 인공지능의 힘을 입어 빠르게 분석되고 인간 뇌 지도 작성에 도움을 주며 뇌를 이해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마치며’
이번 시간에는 ‘인류, 뇌의 이해를 꿈꾸다’라는 주제를 다뤄보았습니다.
인간의 진화란 당대 소수의 천재들이 만들어 놓은 어떤 성과를 다수의 사람들이 활용하여 온 역사입니다. 만약 이런 능력이 소수 인간이 가진 우연적 능력이 아니라, 인류 모두가 만들어낸 능력이라면, 또한 그 능력을 모두가 활용 가능하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요?
나의 뇌가 가진 능력이 순전한 생물학적 능력인지 아니면 외부와 인터페이스에 의한 능력인지가 구별이 가지 않는 형태가 진정 싱큘래리티(특이점)의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그런 시기가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1903년 뉴욕 타임스의 기사에는 다름과 같은 글귀가 실렸다.
“비행기를 만드는 일은 가능한 일일 것이다. 다만 수학자들과 기술자들이 백만 년 아니 천만 년 정도 계속적으로 열심히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가 실리고 정확히 2개월 8일이 지난 1903년 12월 17일 라이트 형제가 플라이어 호를 타고 하늘을 날았다.
초연결 시대의 현자가 되는 그날까지, 필리노베이터는 이어집니다.
기획 및 글 | 엑셈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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