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당신을 위한 ‘초연결 시대의 현자 되기’ 프로젝트! 21세기 혼란스러운 초연결 사회에서 중심을 잡고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내용들을 담아 돌아온 ‘필리노베이터’입니다.
지난달에 살펴본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에 이어, 이번 달부터는 ‘문화와 뇌의 공진화’라는 큰 주제 아래, ‘유전자와 문화’, ‘사람들은 서로 어떻게 공감하는가’, ‘뇌의 진화’ 등의 내용을 나누어서 다루겠습니다
같은 유전자, 다른 환경이라면?
본성의 힘이 강할까요, 아니면 양육의 힘이 강할까요? 바꿔 말해봅시다. 유전자의 힘이 강할까요, 문화와 환경의 힘이 강할까요? 이 질문은 관련 분야의 학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는 주제이지만, 우리들의 일상에도 많은 연관성이 있는 문제입니다. 자녀 양육 문제를 예로 들어봅시다. 만약 아이가 똑똑하고 공부를 잘한다면 “우리 아이는 나를 닮아서 공부도 잘하네” 하고, 만약 공부를 못한다면 “우리 동네 환경이 문제 아닐까” 하며 교육 여건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고민하게 됩니다. 이 예시에서도 우리는 아이들의 현재 모습에 대해 ‘본성과 유전자’, 그리고 ‘문화와 환경’의 힘에 대한 원인을 고려합니다.
그렇다면 유전적으로 100% 동일한 쌍둥이가 각각 다른 환경에서 살아갈 경우, 그들의 성격이나 지능은 어떻게 발현될까요? 일란성쌍둥이는 난자 하나와 정자 하나가 수정되어 형성된 ‘배반포(胚盤胞, blastocyst)’가 둘로 갈라지면서 탄생합니다. 어떤 이유로 배반포가 둘로 갈라지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갈라진 각각의 배반포는 똑같은 염색체 쌍을 지닌 세포로 구성되고, 염색체 내 유전자 배열도 일치하고 항상 같은 성(Gender)을 갖습니다.
이란성쌍둥이의 경우 두 개의 난자에 정자가 결합하는 것이므로 형제가 동시에 태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형, 동생이 유전자가 다르듯 이란성쌍둥이는 성과 성격이 다른 것이 보통입니다. 따라서 일란성쌍둥이와 이란성쌍둥이를 비교 연구하면 유전자가 사람의 삶을 얼마나 결정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유전자의 영향이 크다면 일란성쌍둥이는 이란성쌍둥이보다 훨씬 비슷한 삶을 살 것입니다. 반면 환경의 영향이 크다면 큰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주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2016년에 개봉된 89분 분량의 『트윈스터즈-Twinsters』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서맨사 푸터먼(Samantha Futerman, 1987~)과 아나이스 보르디에(Anais Bordier, 1987~)라는 일란성쌍둥이 자매는 1987년 부산에서 태어나, 각각 미국과 프랑스로 입양됐었습니다.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았던 둘은 2013년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극적인 상봉을 합니다.
다큐멘터리는 두 자매가 재회해 가족의 정을 느끼고, 함께 한국을 방문해 생모를 찾아 나선 과정을 담았습니다. 아나이스가 패션을 공부하고 있는 런던에서 처음 만난 둘은 많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하는 것은 물론, 익힌 당근을 싫어하는 식성까지 닮았습니다. 하지만 성격은 달랐습니다. 미국인 오빠들과 함께 자라나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서맨사와 달리, 외동딸인 아나이스는 매사에 신중하고 마음 한구석에 외로움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일란성쌍둥이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며 매우 다른 성향을 보이기도 하였지만, 많은 공통점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예시에서 여러분은 유전자와 환경, 둘 중 어디에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가 중학교 사회시간에 배운 내용입니다. 고대 아테네의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322)는 '호모 폴리티쿠스(정치적, 사회적 동물)'가 인간 존재의 본질임을 선언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에 대한 통찰은 21세기 생명과학의 시대에 오히려 그 의미가 더욱 빛나고 있습니다. 사회생물학적으로 표현하면 인간 생존의 본질 또는 인간 진화의 본질은 ‘사회성’에 있음을 그는 이미 3000년 전에 선언했습니다.
사회성의 다른 말은 협력과 공생입니다. 경쟁 역시 상호부조와 협력의 범위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진화생물학의 언어로 표현하면 개체 선택도 집단 선택 안에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말이 무색하게 우리가 사는 세상의 사방을 둘러보면 온통 경쟁만이 보입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직장에서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갑니다. 또한 주류 경제학자들 또한 인간이 이기적이라고 끊임없이 강조합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간의 본성은 이타적 또는 협력적이며, 이기적인 속성이 있다 하더라도 완전히 이기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진정으로 타인의 복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많습니다. 매사추세츠 주립대의 경제학과 교수이자 미국의 경제학자인 허버트 긴티스(Herbert Gintis, 1940~)는 『협력하는 종』이란 책에서, 경제학과 생물학, 인류학, 유전학, 고고학 등의 최신 연구 성과를 총동원해 경제학자들의 ‘이기심 공리’가 ‘명백하지도 않고, 사실상 거짓’임을 20년이 넘는 연구를 통해 밝힙니다.
20세기 중반 경제학자들은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협동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됨에도 불구하고 배반을 선택하게 되는 상황)’와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 지하자원, 초원, 공기, 호수에 있는 고기와 같은 개방적인 자원에 개인이 이익에 따라 행동할 시 자원의 고갈을 일으키는 경제 과학적 상황)’이라는 인상적인 은유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을 강조했습니다.
그들이 대학 강의실에서 이를 열심히 가르치는 동안,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1933~2012) 등의 인류학 연구자들은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알프스와 안데스 목초지에서 목동들은 수천 년 동안 정부의 규제 없이 공유지의 비극을 효과적으로 피해 왔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여러 사례를 통해 지은이들은 ‘어떻게 인간이 그런 협력적 존재로 진화했는가’에 집중합니다. 타인의 행복과 윤리적 규범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적 선호’가 어떤 진화 과정을 거쳐 인류의 심성에 자리 잡았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대부분의 학자들은 직계가족 범위를 넘어서는 이타심은 예외적이라 주장했는데, 게임이론(Game Theory, 게임을 중심으로 해 이익과 손해의 현상을 수학적으로 밝혀내려는 이론)의 성과를 통해 강력한 반증을 내보이게 됩니다. 이를테면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 일회적이라면 서로가 배신하겠지만, 반복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의 경우 이타성을 포함한 대부분의 형질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며 암컷이나 수컷 중 한 성은 성체가 되면 다른 집단으로 이주해야 하므로 집단 내에서 이타성이 발현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이타성은 유전자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온전히 유전자의 힘으로만 작동되지 않습니다. 물론 인간 또한 여타 동물과 같이 유전자의 영향으로만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시기가 길게 있었습니다.
생물학적 현대인이 존재한 기간 중 최소 95%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인류는 국가의 도움 없이 동료 간의 비판과 조롱, 추방 등의 방식으로 사회질서를 자체적으로 유지했습니다. 스스로 손해를 보게 된다고 하더라도 서로 간의 약속을 지키고, 사회규범을 위반한 사람은 처벌하는 성향의 진화 과정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인이 된 것입니다.
인류는 협조적 행동으로 점차 진화합니다. 진화에 있어 ‘집단 간 경쟁’이 핵심이 되었을 가능성도 큽니다. 이타적인 구성원이 많은 집단은 전쟁이나 환경 재앙에서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컸을 겁니다. 또한 그 결과 집단 간 경쟁이 반복될수록, 새로운 행동 유형 및 제도의 확산에 이바지해왔을 것입니다.
인간의 유전적 속성에는 이기적 요인과 이타적 요인이 같이 존재합니다. 어떤 요인이 발현되는가는 앞서 언급한 문화적인 환경들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발현됩니다. 이것이 앞서 언급됐던 ‘유전자-문화 공진화(coevolution)’ 모델입니다.
마치며
지난번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에 이어, 이번 시간에는 ‘문화와 뇌의 공진화’ 중 ‘유전자와 환경’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문화와 뇌의 공진화’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다른 내용들을 시리즈로 이어서 다루겠습니다.
초연결 시대의 현자가 되는 그날까지, 필리노베이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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