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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쓸신잡/영화로운 AI

영화 <듄(Dune)>과 AI의 미래

by starshines 2024. 2. 29.

 

영화로운 AI  를 시작하며

초창기 영화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움직이는 사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2차원의 평면 안에서 사람이 생생하게 움직이니까 관객들은 신기하고 놀라웠겠지만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을 겁니다. 스토리텔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마술사였던 조르주 멜리에스는 이야기 매체로서 영화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챘습니다. 그가 만들어 1902년에 개봉한 <달세계 여행>은 최초로 10분이 넘는 이야기 구조를 갖춘 영화였고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달세계 여행>은 SF(Science Fiction)입니다. 탄생 초기부터 영화는 미래를 상상하고 스크린에 옮긴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영화에서 실감나게 표현된 미래 사회의 모습이 실제 현실이 된 경우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근대 이전의 예언자가 샤먼이나 종교 지도자였다면, 현대의 예언자는 SF영화입니다. 영화적 상상력은 신기술의 발전을 추동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줄 알았던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갖춘 ‘AGI(인공일반지능)’가 우리와 함께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강한 AI’의 시대, <영화로운 AI>에서는 미래를 상상한 영화들을 소개하고 생각할 거리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ep1. 영화 <듄>과 AI의 미래

#1. AI가 티모시 샬라메를 만들 수 있을까요?

챗GPT로 세상을 뒤집었던 오픈AI가 최근 공개한 ‘Sora(소라)’를 아시나요? 소라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고화질 영상으로 만들어 줍니다. 소라 전에도 ‘Text-to-Video’의 사례는 꽤 있었지만 소라는 기존과 차원이 다른 결과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영상 속 인물이나 카메라가 움직여도 배경과 인물이 동일하게 잘 유지되어서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영상을 구현합니다. 또한 이미지를 동영상으로 만들기도 하고 생성된 동영상을 앞뒤로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영상을 다른 스타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 소라가 공개된 후 많은 사람들이 벌써부터 할리우드를 비롯한 영상 업계의 종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 소라가 만든 '해킹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AI가 만든 이미지라는 것을 눈치채셨나요?

   

텍스트만으로 영화를 만들려면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공간적 배경은 조금 어색한 부분이 있어도 관객의 몰입에 큰 방해가 되지 않겠지만 AI가 창조한 주연 배우들은 클로즈업 상태에서도 사실적이고 다양한 표정을 짓고, 실감나는 목소리로 대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의 전달과 공감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 <듄>의 주연을 맡은 티모시 샬라메처럼 생긴 배우를 AI가 빚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티모시 샬라메는 이 세상의 모든 신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특별 관리를 해준 듯한 아름다운 외모와 빼어난 연기력을 보유한 배우입니다. 조금 비대칭인 그의 얼굴은 흠결이 아니라 인간미를 느끼게 합니다. 그가 AI가 만든 인공의 산물이 아니라, 자연 상태에서 태어난 진짜 인간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입니다.

 

▲ 티모시 샬라메의 길거리 패션. AI가 이렇게 멋진 배우를 창조할 수 있을까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인간이 로봇 등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해당 존재와 인간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호감도도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뜻입니다. AI로 ‘불쾌한 골짜기’를 극복할 수도 있겠지만 티모시 샬라메처럼 정말 매혹적인 얼굴을 가진 배우를 창조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2. AI의 시대에 상상해 보는 AI가 없는 미래

영화 <듄>의 원작인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 소설은 역사상 최고의 SF 소설 중 하나로 꼽힙니다. <듄> 시리즈 1부는 ‘SF계의 노벨문학상’이라 불리는 휴고상과 네뷸러상 장편소설 부문에서 동시에 수상한 최초의 작품입니다. 휴고상은 전 세계 독자들의 의견에 따라 선정하고 네뷸러상은 SF 작가와 SF 소설 관계자들이 뽑기 때문에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F 소설의 거장인 아서 클라크와 로버트 하인라인도 <듄>을 극찬했다고 합니다.

 

<듄>은 독창적이고 설득력 있는 세계관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버틀레리안 지하드(Butlerian Jihad)’ 설정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버틀레리안 지하드는 우주의 수많은 곳에서 일어난 반(反) 기계 운동입니다. 인류 스스로 인공지능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탈피하고 인공지능을 극복하고자 한 것입니다. 모든 인간에게 자유를 부여하려고 고도의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에게 생각하는 기능을 넘겼지만 기계를 다루는 사람들이 기계를 다루지 않는 사람들을 지배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결국 기계와 인공지능을 비롯한 모든 인공적인 기술에 대한 반대 운동이 은하 전역으로 확산됩니다. 인간 사회에서 기계의 영향력을 배제하기까지 거의 100년이 걸립니다. ‘버틀레리안 지하드’는 산업혁명 초기에 인간의 노동을 대신한 기계들을 파괴했던 ‘러다이트 운동’과 비슷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버틀레리안 지하드’ 이후로 모터 구동 방식의 단순한 기계들을 제외한 모든 ‘생각하는 기계(Thinking Machine)’가 금지됩니다. 논리적 사고를 고도로 훈련한 인간 ‘멘타트(Mentat)’가 컴퓨터로 처리하던 복잡한 계산을 처리하고 거대한 우주선의 공간 이동 항법도 기계 없이 약물로 예지 능력을 향상한 항법사들이 수행합니다.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하여 기계를 대체한 것입니다.

 

▲ 멘타트는 머리를 쓸 때 흰자위가 보입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무서웠을텐데, 티모시라서 그냥 멋지네요.

 

이미 일상에 깊숙이 자리한 AI. AI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법과 제도, 윤리와 문화를 정착시켜서 모두가 AI의 혜택을 누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요? 혹시나 결국 듄에 나오는 인간들처럼 AI를 소유한 지배층과 그렇지 못한 피지배층으로 나뉘게 되거나 ‘버틀레리안 지하드’와 같은 혁명적 사태를 마주하게 되지는 않을까요?

 

역설적으로 <듄>에서 묘사된 것처럼 AI가 없는 미래를 상상해 보는 것이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길을 여는 첫걸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글 | 사업협력팀 김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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