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시대', 현재와 미래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게 잘 정리한 신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영국의 저명한 천문학자인 '마틴 리스'가 2018년에 쓰고 2019년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된 「온 더 퓨처」입니다.
타이틀에서 보듯이 이 책은 인류의 미래를 다룹니다.
하지만 미래란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무엇에게 오는 시간이지요.
우리가 지금 머물고 있는 이 시공간에서 어떠한 일들까지 가능해졌는지, 무엇이 인류생존을 위협하고 있는지,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당장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를 최고의 과학자가 갖는 심오한 통찰력으로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주 핫한 ‘인류의 현재학’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138억년전 수소에서 시작한 우리의 지난 흔적에 대한 이해도 더불어 풍부하게 합니다.
마치 배경이 전경을 드러내주고, 한사람의 과거가 그의 현재를 규정하고, 상대의 프리즘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되고,
비인간지능이 인간지능을 개념 짓게 하듯이 말입니다.
그의 논점 몇가지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중요성을 같이 느껴보겠습니다.
“금세기에 일어나는 일은 앞으로 수 천 년 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과학자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인류세 시대의 위협으로 소행성 충돌, 지진이나 화산, 핵위험, 테러와 사이버 공격,
인구증가(2050년이면 100억이 된다고 합니다), 기후변화, 전염병의 확산, 인공지능의 위협등을 거론합니다.
어떤 문제가 인류에게 가장 위협적이고 컨트롤하기 어려울까요?
중생대 공룡 멸종의 주원인으로 알려진 소행성 충돌은 천만년에 한번 정도의 확률을 가지고 있습니다.
1908년 러시아 퉁구스카에 떨어진 작은 소행성은 히로시마 원폭 수백개의 에너지를 갖고 있었죠.
의외로 소행성 충돌은 기술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인류는 현재 충돌가능성이 있는 지름 50m이상의 소행성 100만개를 DB화했습니다.
오히려 화산이나 지진이 예측과 대비하기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작년 말과 올해 초에 1달 간격으로 발생한 뉴질랜드 화이트섬의 화산분화와 지금도 진행중인 필리핀 탈화산 폭발을 보세요.
우리의 백두산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인류세 시대의 위협
소행성 충돌 / 지진이나 화산 / 핵 위협 / 기후변화 / 도시화와 불평등의 심화
강 인공지능 / 경제적 붕괴 / 범 유행병 / 식량공급의 위기
나머지 문제들 또한 우리에서 기인했으나 너무 복잡해지고 통제하기 어렵게 된 난제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 우한은 아예 ‘도시 봉쇄령’을 내렸고 한국인도 1천명이나 갇혀버렸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탈퇴했던 파리협약은 앞으로 30년간 1.5도로 제한해야 한다고 경고를 했었는데,
이미 우리는 2050년에 3.4도 상승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2도를 넘어가면 연쇄적으로 6도까지 갈 것이며,
6도 상승은 지구생물의 96%가 멸종한,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대멸종이었던 PT(페름기-트라이아스기)대멸종의 상승 온도 값입니다.
이 시각 진행되고 있는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해 한마디도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마틴 리스는 “인류는 자연 세계를 훨씬 더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됐음에도,
합리적으로 계획하거나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는 시간의 규모는 오히려 더 짧아졌다”고 합니다.
초연결된 세상은 우연과 우리의 무지, 실수가 빚어낼 치명도를 더 높이고 있습니다.
서둘러 대안을 마련하고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금세기 이후의 지구는 더 이상 인류의 보금자리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수십 년 안에 인간 유형 자체가 변화될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유전자 변형과 사이보그 기술로 ‘인간’에 대한 논의의 판 자체가 바뀐다.
‘예쁜꼬마선충 연구로 인간수명이 500살까지 가능해졌다’
‘살아있는 로봇,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자기회복이 가능한 생명체 ‘제노봇’ 탄생’
‘머리에 빛을 비춰 기억력 높이는 기술 개발’
‘AI가 이론물리학을! 6년 걸린 물리학 난제를 수 주 만에 해결’
위 과학기사들은 최근 일주일 사이에 '사이언스타임즈'에서 접한 소식들입니다.
초고도난제(ultrachallenging problems) 라고 하는 ‘생명의 기원’, ‘지구 생명의 탄생’, ‘지능’, ‘의식’을 규명하기도 전에
우리는 유기체를 넘어선 영생을, 지능의 탈탄소화를
아주 큰 수와 많이 반복되는 패턴의 창발성이 가져올 초인공지능을 눈 앞에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모든 유기체의 생존방법이었던 감각기관을 통한 입력과 실제 바깥 세계와의 상호작용이
더 이상 기존의 방식과 같지 않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그래도 우리는 탄소 중심의 우리 신체를 고수해야 할까요?
우리가 지구를 떠나 우주공간에서 생존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신체를 가져야 할까요?
그 때 우리의 브레인은 지금의 브레인과 같을까요?
“궁극적으로는 ‘무기체(inorganics)’, 다시 말해 지적인 전자 로봇이 지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젖은’ 유기물 뇌의 처리 능력은 화학적, 대사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는 이미 그 한계에 거의 도달해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마도 다윈 진화의 종착점에 가깝겠지만, 인위적인 지능 강화는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이다… 우리 인류는 우리의 한계를 훨씬 초월하여 지구 너머 멀리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전자적 존재로의 전환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진정으로 우주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마틴 리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앞으로 10~20년 안에
업무 양상, 국가 경제, 국제 관계에 교란이 올 것이다.
유전학과 의학의 발전 성과를 소수의 특권층만 누릴 수 있다면,
이는 더 근본적인 형태의 불평등을 예고한다는 의미다.
인도는 범용기계학습GML을 이용해 홍채인식 전자신분증 시스템을 갖추고, 싱가포르는 지상의 운송차량을 드론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로봇손은 인간손과 같은 정교함을 달성하고, 카네기 멜런대학교의 한 컴퓨터는 포커에서 ‘뻥치는’ 것까지 합니다.
가짜 동영상에 사용되는 딥 페이크 기술의 AI앱은 3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답니다.
인공지능이 똑똑해질수록 왜 그런 결정을 내리는지 그 과정을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점점 더 AI에 의존하게 될 것입니다.
모든 것이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독점적 다국적 기업을 통해 정보가 관리되면,
힘의 균형은 정부에서 기업으로 옮겨가고, 기술발전은 개인 기업 국가간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켜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근대 이후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지금 많은 인류가 단 몇 백 년 전의 군주나 몇 십 년 전의 권력자도 누리지 못했을 혜택들을 경험하고 있지만, 우리는 또한 아주 혼란스럽고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과학과 기술을 쓰레기통에 집어넣을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과학 기술은 더 발전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직면하고 있는 난제를 해결하는데 올바르게 활용되어야 합니다.
WHAT TO DO?
“생물권, 기후를 관장하는 원리들, 자연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지적 결핍이다. 그리고 우주를 그 자체로 이해하게 해 줄 다윈주의와 현대 우주론이 제공하는 경이로운 전망, 즉 빅뱅부터 별, 행성, 생물권, 인간의 뇌에 이르는 창발적 복잡성의 사슬을 모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법칙 또는 패턴은 과학의 위대한 업적이다.” -마틴 리스
▶ 과학과 기술은 더 발전해야 한다. 단, 사회과학과 윤리학의 가이드를 받아서.
▶ 인간의 역할, 중요한 결정에 대한 공동체와 정치활동의 중요성
▶ 과학적 교양을 갖추는 것의 중요성
현대과학은 국적과 신앙의 모든 경계를 초월할 수 있는 진정으로 위대한 세계 문화입니다.
인류세의 주요 문제들은 모두 과학기술과 깊이 연관되어 있고,
중요한 문제의 결정은 신뢰할 수 있는 개인과 공동체의 합의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러면 우리 모두가 과학의 핵심 개념들에 대해 충분한 지식과 감을 갖고 있어야 하며, 거짓과 확률, 위험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학 그 자체는 몰가치하지만, 그것은 약점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더 신뢰할 수 있는 이유가 됩니다.
과학과 기술은 사회과학과 윤리학의 올바른 인도를 받음으로써 그 가치가 진정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활동이 개인의 일상과 공동체의 운명에 많은 영향을 주듯
과학을 알고, 과학에 올바른 인문학의 옷을 입혀 줄 수 있다면
인류의 미래는 가능하고, 비록 꼭 '호모사피엔스'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후손은 우주의 영광스런 존재가 될 것입니다.
“설령 우리가 진화나무의 마지막 가지가 아니라고 해도,
우리 인류는 우리의 한계를 훨씬 초과하여
지구 너머 멀리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전자적 존재로의 전환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진정으로 우주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마틴 리스
기고 | 엑셈아카데미 김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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