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인 시네마(Tech in Cinema)’ 코너 소개
1896년, 예술과 기술의 새 시대가 열차를 타고 도착했습니다.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 <열차의 도착>이 프랑스 파리의 그랑 카페에서 상영되던 날, 사람들은 사진을 처음 경험했을 때보다 수 십만 배 더 강력한 전율을 느꼈을 겁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모사한 사진이 정지해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영상은 그야말로 기적이자 공포였을 테니까요. <열차의 도착>은 라 시오타 역에 기차가 도착하는 장면을 촬영한 50초 정도의 짧은 기록 영상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술의 역사를 <열차의 도착>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영화의 등장은 강렬했습니다.
‘예술’을 뜻하는 영단어 ‘art’의 또다른 뜻이 ‘기술’일 정도로 모든 예술과 기술은 서로 긴밀한 사이겠지만, 영화만큼 기술의 발달에 민감하게 반응한 예술 장르는 없습니다. 흑백에서 컬러로, 무성에서 유성으로, 특수효과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필름에서 디지털로, 2D에서 3D로… 이처럼 수많은 기술이 영화의 발전을 이끌었고, 반대로 영화에서 펼쳐진 상상력이 실제 새로운 기술을 태어나게 하기도 했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최초의 상업영화라고 할만한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1902년 영화 <달세계 여행(A Trip To The Moon, 1902)>도 기술에 기반한 상상력이 핵심인 SF(Science Fiction) 영화입니다. 어쩌면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은 기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영화의 운명을 일찌감치 예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월부터 엑셈 뉴스레터에서 선보이고 있는 ‘테크 인 시네마(Tech in Cinema)’는 기술과 영화가 100년 넘게 지속해온 운명적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영화에 대한 필자의 감상문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영화를 경유하여 다양한 첨단기술의 현주소와 미래를 정리해 보는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서치(Searching, 2017)>
"모든 길은 데이터로 통한다"
‘테크 인 시네마(Tech in Cinema)’가 소개할 두 번째 영화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존 조가 주연을 맡은 영화 <서치(Searching, 2017)>입니다.
요즘엔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웨어러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스마트기기가 인간의 삶에 접속해 있습니다. 개인과 공동체의 흔적과 기억은 곧 데이터로 저장돼 역사를 채워 나갑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 데이터가 되는 시대라면, 누군가의 실종 사건도 혹시 데이터를 실마리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 <서치>는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어느 날 밤, 부재중 전화 3통을 남기고 연락이 끊어진 딸. ‘설마…’하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달래며 딸의 소식을 기다리던 아빠는 결국 경찰에 딸의 실종 신고를 하고 딸을 찾아 나섭니다. 영화 <서치(Searching, 2017)>는 아빠가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추적 스릴러입니다. 2018년 국내 개봉해 약 300만 명의 관객을 매료시켰죠.
영화 <서치>는 각종 스마트기기와 다양한 SNS에 익숙한 관객을 타깃으로 독특한 기법을 활용해 색다른 감흥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또한 우리가 '데이터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주는데요. 먼 옛날 로마 제국의 전성기에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다면, 이제 모든 길은 데이터로 통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획 및 글 | 사업기획팀 김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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