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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in Cinema | 월-E

정보/Tech in Cinema 2019.08.09 11:16

 

 

 

"우주, 어디까지 가봤니?"라고 묻게 될 미래

 

 

 

 ‘테크 인 시네마(Tech in Cinema)’가 소개할 여덟 번째 영화는 2008년 개봉한 픽사의 애니메이션 <월-E(WALL-E, 2008)>입니다. <월-E>는 꿈, 희망, 사랑을 전면에 내세우는 많은 애니메이션들과 다릅니다. <월-E>의 이야기는 인간의 과도한 개발과 소비로 인해 쓰레기로 뒤덮여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먼 미래의 지구에서 시작됩니다. 나노미터(nm, 10억 분의 1미터)만큼의 희망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디스토피아가 관객을 심란하게 만들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어느새 희망과 사랑의 새싹이 마음속에 자라기 시작했음을 느낄 수 있는 신비한 영화입니다. 미래의 사람이 상실한 인간성을 대신 증명하는 귀여운 로봇들의 모습은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지표면에 쏟아지는 반가운 빗줄기처럼 관객의 마음을 적십니다. 

 이번 '테크 인 시네마'에서는 영화 <월-E>의 주요 내용과 이 영화의 핵심 테마인 '우주여행' 기술의 현재와 전망을 간략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사진 1 : 스스로 태양광 충전 중인 월-E의 모습. 월-E는 수리도 자신이 직접 합니다.

 

 '월-E(WALL-E)'는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의 줄임말로 '지구 쓰레기 처리 로봇'입니다. 인간들이 황폐화된 지구를 떠난 이후 생명체를 찾기 힘들어진 지구에서 수백 년 동안 혼자 쓰레기 처리를 하며 외롭게 지내온 월-E. TV 속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음악을 들으며 쓰레기 더미에서 소장하고 싶은 물건을 찾아낼 뿐만 아니라 반려 바퀴벌레까지 보살필 만큼 감성이 풍부하고 인간적인 월-E는 자신과 너무나 다르지만 매력이 넘치는 탐사 로봇 ‘이브’를 만나 설렘을 느낍니다. 월-E와 이브가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던 중 지구에서 자신이 찾고자 한 것을 발견한 이브는 우주여행 중인 인간들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기 위해 급히 다시 우주로 향하고, 월-E가 이브를 쫓아가게 되면서 둘이 함께 하는 기상천외한 우주 모험이 펼쳐집니다.

 

▲ 사진 2 : 이브를 따라가려고 엉겁결에 우주선에 올라탄 월-E의 겁먹은 표정이 귀엽습니다.

 

▲ 사진 3 : 이브(좌)와 월-E(우)가 서로 눈을 맞추고 교감하며 우주 공간을 유영하고 있습니다. 배경에는 우주선 '엑시엄'이 보입니다.

 

 영화 <월-E>에 등장하는 인간들은 초대형 우주선 '엑시엄'을 타고 굉장히 오랜 세월 동안 우주여행을 계속합니다. 이들은 정말 원해서 우주여행을 지속한다기보다 황폐화된 지구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주여행을 이어 갑니다. 이러한 상황은 지구 최대의 독점기업 'B&L(Buy & Large)'이 초래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B&L은 인간이 소비하는 거의 모든 재화를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으로서 우주여행 상품 역시 B&L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우주선 '엑시엄' 안에서 인간들은 전동의자에 앉아 이동하고, 전동의자에 몸을 맡긴 채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합니다. 문명의 이기 덕분에 한껏 게을러진 인간의 몸은 오랜 시간을 거쳐 아기 체형으로 바뀌고 말았죠.

 

▲ 사진 4 : '이미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움직이지 않겠다'를 실천 중인 인간들을 바라보는 월-E


 현재로서는 영화 <월-E>에서처럼 '엑시엄'과 같은 초대형 우주선을 타고 장시간 우주여행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과거 한갓 허풍으로 치부됐을 우주여행 상품이 이제 현실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Blue Origin)', 테슬라의 CEO이기도 한 엘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Space X)', 그리고 버진그룹의 회장 리처드 브랜슨이 설립한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이 민간인 우주여행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하 3개 우주여행 업체를 비교한 부분은 '출발 임박! 우주여행 업체 3곳 비교*' 글을 요약, 정리하여 작성했습니다.

 

▲ 사진 5 : 제프 베조스가 블루 오리진 우주선 앞에서 활짝 웃고 있습니다. 제프 베조스가 못하는 건 뭘까요?

 

 먼저 제프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부터 살펴볼까요? 블루 오리진은 우주 자원을 활용해 인류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블루 오리진은 로켓을 재활용해 원가를 절감함으로써 우주여행 시대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블루 오리진은 2017년 11월 탄도비행용 로켓 'New Shepard(뉴 셰퍼드)'를 지상 100km까지 쏘았다가 다시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죠.

 블루 오리진은 아직 유인 비행을 시행한 적은 없습니다. 대신 실험용 마네킹이나 NASA 연구용 장비를 실은 New Shepard가 열한 차례 시험 비행을 했다고 합니다. 그중 첫 비행을 제외한 열 번의 비행에서 추진체가 재착륙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작년 7월 열 번째 시험 비행에서는 로켓 상부에 위치한 탑승용 캡슐을 높은 고도에서 분리해냈는데요. 추진체 폭발 등 비상 상황에서 탑승자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일반 여행객을 우주로 데려가기 전, 블루 오리진은 자사 우주비행사를 대상으로 한 유인 비행을 완수할 계획입니다. 일반인 대상 첫 상품은 11분짜리 지상 100km 우주여행이 될 것이라고 하네요. 

 블루 오리진은 최근 아마존 전시회 re:MARS에서 탑승용 캡슐을 공개했는데요. 15 제곱미터 (약 4.5평) 크기의 이 공간은 여섯 명의 탑승자들이 우주 공간의 낮은 중력을 견디는 데 도움을 주는 푹신한 의자와 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사진 6 : 블루 오리진 탑승용 캡슐 내부

 

 블루 오리진은 지상 100km 우주여행뿐만 아니라, 궤도 비행용 로켓과 달 진출도 준비 중입니다. 2024년 달 비행 상품을 완성하고, 달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합니다.

 

▲ 사진 7 : 우주로 쏘아 올려진 테슬라의 빨간색 스포츠카 '로드스터(Roadster)'

운전석에 앉은 마네킹 '스타맨(Starman)'. 스타맨의 최종 목적지는 화성입니다.

 

 스페이스 X는 블루 오리진보다 더 큰 꿈을 꾸고 있습니다. 스페이스 X의 우주 탐사는 인류를 여러 행성에 살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종 목표는 2050년까지 화성에 8만 명 규모의 도시를 건립하는 것인데요. 그러기 위해 로켓 재활용 기술을 갈고닦아 우주여행 비용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성공하면 인당 단돈(?) 2억 4천만 원에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게 된다고 하네요.

 

▲ 사진 8 : 스페이스 X 화성 도시 상상도

 

 화성을 향한 무인 시험 발사는 2022년 시작합니다. 현재는 Falcon 9(팔콘 나인)과 Falcon Heavy(팔콘 헤비)를 이용한 유/무인 발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NASA의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부 프로젝트를 위한 발사를 여러 번 수행한 후 우주여행 등 민간인 대상 발사로 규모를 넓힐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 예시로 일본 예술가 마에자와 유사쿠를 2023년 달에 보내겠다는 내용의 작년 9월 발표를 들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대부호이기도 한 마에자와의 후원을 받아 진행하는데요. 사실상 달 여행 상품을 판매한 것이죠.

 스페이스 X는 우주정거장 여행 상품도 계획 중이라고 합니다. 최근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선언하며 협력 업체 중 하나로 스페이스 X를 선정했습니다. 이 상품을 구매하면 스페이스 X의 우주선 Crew Dragon(크루 드래곤)을 타고 가 우주정거장에서 1박당 4100만 원(!)에 최대 한 달까지 머물다 올 수 있습니다.

 

사진 9 : 버진 갤럭틱의 항공기 'WhiteKnightTwo'에 올라타 '엄지 척!'하고 있는 리처드 브랜슨

 

 버진 갤럭틱은 우주와 지구를 연결해 고객에게 새로운 기회와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습니다. 우주에서 직접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우주에서 다양한 연구와 사업을 하고자 하는 과학자나 기업가를 도와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네요. 이 기업은 세계 최초 상업용 정기 우주 노선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버진 갤럭틱의 우주선 SpaceShipTwo(스페이스십투)는 작년 12월과 올 2월 두 차례의 시험 비행을 마쳤습니다. 두 번 모두 두 명의 조종사가 탑승했고, 첫 번째 비행에서는 약 80km, 두 번째엔 90km 높이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통상 '우주'라고 부르는 공간이 시작되는 지상 100km까지는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대기 밀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곳이자, '카르만 선(Karman Line)'이라고도 부르는 지점입니다. 이 지점을 전후해 지구의 아름다운 테두리 일부를 볼 수 있습니다. 짧은 무중력 상태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 사진 10 : 버진 갤럭틱 SpaceShipTwo

 

 버진 갤럭틱은 일반인이 카르만 선을 통과해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상품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이미 약 700명의 고객이 티켓을 예매했다고 합니다. 90분의 우주여행에 1인당 약 3억 원이 필요한데, 이렇게 신청자가 몰리는 걸 보면 세상에는 참 부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엘론 머스크의 구상대로 우주여행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인간이 화성에서 살 수 있는 시대가 정말 올까요? 화성 거주는 잘 모르겠지만 조만간 이런 대화는 심심찮게 들어볼 수 있을 듯합니다. 

 

"우주, 어디까지 가봤니?"

"난 카르만 선까지 가봤지. 너는?" 

"난 달의 뒷면까지 보고 왔어."

"그래, 너 잘났다. 난 화성도 가볼 거야."

"편도인데?"

"..."

 

 

 

* 출처 : 출발 임박! 우주여행 업체 3곳 비교 




기획 및 글 | 사업기획팀 김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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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in Cinema | 라이온 킹

정보/Tech in Cinema 2019.07.10 13:47

 

 

 

라이온 킹은 라이어 킹(liar king)이다?


 ‘테크 인 시네마(Tech in Cinema)’가 소개할 일곱 번째 영화는 1994년 개봉한 명작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1994)>을 최첨단 기술로 재탄생시킨 

<라이온 킹(The Lion King, 2019)>입니다. 영화 <라이온 킹(2019)>은 모든 장면에 CG(Computer Graphics)가 적용된 영화임에도 실제와 너무 똑같아

마치 한 편의 동물 다큐멘터리 같다는 평도 듣고 있습니다. 이번 '테크 인 시네마'는 <라이온 킹(2019)>의 놀라운 영상을 가능하게 한 영화 제작 

기술을 간략히 소개합니다.


 

▲ 사진 : 아기 사자 '심바'. 털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표현됐습니다.


 영화 <라이온 킹(2019)>은 선의의 거짓말 같은 영화입니다. 분명히 실제 사자와 다른 동물들에게 연기를 가르쳐서 직접 촬영한 후 편집한 영화가 

아닌데도, 정말 살아 있는 동물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토록 정교한 재현은 진일보한 영화 제작 기술과 제작진의 집념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라이온 킹(2019)>의 감독은 마블 영화에서 '해피' 역할로 유명하기도 한 존 파브로인데요. 

존 파브로 감독은 이미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정글북(2016)>의 감독으로서 '진짜인 듯 진짜 아닌 진짜 같은' 동물들의 환상적인 비주얼을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정글북(2016)>의 대성공 이후 비평과 흥행 모두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라이온 킹(1994)>의 라이브 액션 프로젝트, 즉 실사화를 존 파브로가 이끌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할만합니다.


 

▲ 사진 : 두 사진 속 아기 사자 중 심바는 누구일까요?

 

 원작이 워낙 뛰어난 작품이다 보니 존 파브로 감독은 무엇보다 원작을 절대로 훼손하지 않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연출에 임했다고 합니다. 

<라이온 킹(2019)> 제작진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에서 모티프를 따온 <라이온 킹(1994)> 원작의 스토리텔링은 

유지했습니다. 그 대신 최첨단 실사 영화 제작 기법과 CG을 활용해 원작과는 차원이 다른 실재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첫 번째 비결은 집요하고 세심한 관찰이었습니다. <라이온 킹(2019)> 제작진은 사자를 비롯한 아프리카 동물들의 습성과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아프리카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고 또 봤다고 합니다.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 위치한 동물원에 가서는 실제 동물들을 가까이서 면밀히 관찰했습니다. 사운드 엔지니어들은 독일 마그데부르크 동물원까지 날아가서 진짜 사자가 포효하는 소리를 녹음해 왔습니다.

 

▲사진 :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아기 사자 심바, 티몬, 품바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2017년 초, 존 파브로 감독을 포함한 13명의 핵심 제작진은 야생동물을 더 꼼꼼하게 관찰하고 기록하기 위해 아프리카 

케냐의 야생동물 서식지로 갔습니다. 방대한 자료 수집을 위해 사파리 랜드 크루저 6대는 물론 헬리콥터도 3대나 동원했다고 합니다. 

1톤이 넘는 카메라 장비로 찍은 사진의 용량이 12.3TB(테라바이트)에 달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컷을 촬영했을지 상상이 안됩니다. 제작자 제프리 

실버에 따르면, 영화 <라이온 킹(2019)>은 각종 동식물, 숨 막히게 아름다운 일몰과 박력 넘치는 일출("아~ 그랬냐~ 발발이~ 치와와~"가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명장면, 아시죠?), 야생 환경의 고유한 색깔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 현지에서 수집한 이미지와 소리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활용했습니다. 이 정도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복사한 셈입니다.

 

▲사진 : 프라이드 랜드의 왕, 아버지 무파사의 발자국 안에 쏙 들어간 심바의 귀여운 오른발

 

 제작진은 아프리카의 야생을 포착한 사진과 영상에 CG를 덧입히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VR(가상현실) 안경과 '블랙박스 극장 기법'도 이용했다고 합니다. VR 안경은 동물들의 시점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블랙박스 극장 기법'은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들의 연기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된 것입니다. 심바 역의 도날드 글로버, 날라 역의 비욘세 등 출연 배우들은 검은 원형 극장으로 들어가 목소리 연기를 했습니다. 이 원형 극장에는 카메라가 커튼 뒤에 숨어 있어서 배우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연기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사진 : 프라이드 랜드의 왕, 무파사와 아기 사자 심바

 

 영화 <라이온 킹(2019)>은 영화 제작 기술의 고도화로 인해 이제 무엇이 영화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구분하기가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음을 

사자의 포효처럼 선언하는 작품입니다. 최근 테크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딥 페이크(Deep Fake)' 기술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가짜와 진짜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를 앞당기고 있는 '딥 페이크(Deep Fake)'는 다음 기회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기획 및 글 | 사업기획팀 김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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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in Cinema | 블레이드 러너

정보/Tech in Cinema 2019.06.07 13:45




미래도시 어둠 속을 달리는 인간과 복제인간

 

‘테크 인 시네마(Tech in Cinema)’가 소개할 여섯 번째 영화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입니다. 

지난달 '테크 인 시네마'에서 다룬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한 인공지능 'HAL(할) 9000'은 놀라운 지능과 감정을 가졌지만 외형은 기계였습니다. '인간'으로 생각하기엔 뭔가 부족했죠. <블레이드 러너>에는 로봇의 수준을 뛰어넘어 외모와 신체마저 인간을 빼닮은 복제인간, 'Replicant'가 등장합니다. Replicant는 인간과 흡사한 신체 구조를 가진 로봇, 즉 휴머노이드(humanoid)의 최정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사진 : 왼쪽은 인간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 오른쪽은 Replicant '레이첼(숀 영)'

 

 

 

#1. 필름 누아르(film noir)의 멋을 두른 SF 걸작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공간적 배경은 암울한 미래도시입니다. 공교롭게도 1982년 처음 개봉한 이 영화에 등장하는 미래도시는 바로 2019년의 LA입니다. 영화 제작 당시를 기준으로 잡으면 거의 40년 후가 2019년이니 이해할만합니다. 어쩐 일인지 <블레이드 러너>가 묘사하는 2019년 LA 도심에는 일본어 간판이 즐비합니다(잘 찾아보면 한글 간판이 나오는 장면도 있긴 있습니다). 가부키 화장을 한 여성의 얼굴이 초대형 광고판을 채우고, 길거리 포장마차에서는 일본인 주인이 일본말을 하며 정신없이 일본 음식을 팝니다. 중국이 G2로 부상한 현시점에서 보면 일본 문화가 LA를 지배하는 상황은 다소 부정확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마 이러한 설정은 이 영화가 제작되었던 1980년대 초, 미국을 추월할 것만 같았던 당시 일본의 막강한 경제력과 영향력을 고려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저의 뇌피셜입니다).

 

▲ 사진 :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하는 2019년 LA. 초고층, 초대형 건물이 빽빽이 들어서 있습니다.

주인공 릭 데커드의 집은 무려 97층입니다. 오른쪽 대형 광고판에서는 가부키 화장을 한 여성이 대중의 소비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대부분의 사건은 주로 밤에 일어납니다. 밤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음습함을 배가시킵니다.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킨 복제인간 'Replicant'를 추적하는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는 탐정소설의 탐정처럼 혼자 외롭게 임무를 수행합니다. 탐정소설에 영향을 받았고 밤의 정서가 지배하는 장르인 '필름 누아르(film noir)'를 연상시키는 설정입니다. <블레이드 러너>는 필름 누아르의 멋을 두른 SF인 것이죠. 게다가 추격 스릴러의 재미도 갖추고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가 적절히 혼합된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레이드 러너>가 2019년쯤이면 존재할 것이라고 상상한 첨단 미래기술 중 현재 실현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화상전화는 우리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고, 음성인식을 활용한 본인 확인 기술도 사용됩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부호들도 수직 이착륙 비행 자동차를 타고 꽉 막힌 고속도로 위를 날아다닐 수는 없습니다. 또한 현실의 2019년에는 복제인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복제인간 대신 이 영화가 상상하지 못했던 스마트폰이 등장해 인간의 삶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우리는 기술 발전과 변화의 속도가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다고 생각하지만, 수많은 SF영화에 등장하는 미래와 실제 그 시점의 현실을 비교해 보면 발전 속도가 영화에서만큼 빠르지 않은 분야도 많습니다. 지난달 소개해드렸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우주 기술도 실제 현실 속 2001년의 수준을 능가하는 것이었죠.

 

▲ 사진 :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하는 수직 이착륙 비행 자동차. 갖고 싶습니다.

 

 

 

#2. 복제인간과 사랑을?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하는 복제인간은 'Replicant'라고 불립니다. 'Replicant'는 '복제하다'라는 뜻의 영단어 'replicate'와 사람을 의미하는 접미사 '-ant'를 결합한 합성어로 추측됩니다. 이 영화의 설정에 따르면, 전투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Replicant가 기능별로 존재합니다. Replicant는 미움, 사랑, 공포, 분노, 시기 등 감정적 반응도 표현합니다. Replicant를 개발한 타이렐 사의 회장은 "More human than human"이 회사 모토라고 말합니다. 그는 최신의 NEXUS 6 Replicant에게 기억을 만들어 줌으로써 감정 능력을 향상하고자 하죠.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바로 '기억'이니까요.

 

 

그렇다면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하는 Replicant처럼 감정을 가지고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가 현실에도 존재할까요? 최근 몇 년 새 가장 유명세를 탔던 휴머노이드는 '소피아(Sophia)'입니다.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가 만든 소피아는 한때 전 지구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미디어는 앞다퉈 소피아를 소개했습니다. 엄청난 인기 덕분에 소피아는 UN 행사에서 연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60여 개의 감정 상태를 나타내는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자연스럽게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대화하는 모습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죠. 특히 미국 NBC 방송의 인기 토크쇼 '더 투나잇 쇼'에 출연한 소피아는 진행자 지미 펄론과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깁니다. 그러고 나서 "앞으로 인간을 지배할 생각인데 이게 그 시작이 될 것 같아요."라고 섬뜩한 농담을 합니다.

 

▲ 사진 : 미국 NBC 방송의 인기 토크쇼 '더 투나잇 쇼'에 출연한 소피아가 진행자 지미 펄론과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습니다.

소피아가 이겼네요. 짜고 친 고스톱일까요?

 

소피아에 열광한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소피아의 대화 능력이 과장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소피아에 장착된 인공지능의 수준이 고작 챗봇 정도라는 겁니다. 소피아는 사람처럼 제약 없이 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몇몇 질문에 대답하고 날씨 같은 일부 주제에 대해서만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AI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얀 르쿤 뉴욕대 교수는 소피아의 능력을 부풀리는 미디어를 비판했습니다. 또한 "소피아는 감정도 의견도 없으며 자신이 뭘 말하는지에 대해 이해하지도 못할뿐더러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소피아가 겉모습만 인간과 유사할 뿐, 인간의 지적 능력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입니다. 결국 소피아의 제작사 핸슨 로보틱스도 소피아가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습니다.

 

▲ 사진 :  오드리 헵번을 모델로 했다는 소피아. 글쎄요, 닮았나요?

 

비록 현재 소피아와 같은 휴머노이드의 지적 능력은 인간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블레이드 러너>의 Replicant처럼 복제인간에 가까운 휴머노이드가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시기가 온다면, 인간은 그들과 어떤 방식으로 공존해야 할까요?  

<블레이드 러너>에서 인간은 Replicant를 인간의 도구 중 하나로 여깁니다. 도구는 잘 활용하면 유익하지만 위험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인간보다 신체적으로 강하고 민첩하며 지능이 유사한 Replicant도 극 중 데커드의 말처럼 "유용하거나 위험"합니다. Replicant는 인격체가 아니라 도구에 불과하므로 'Off-world'라는 우주 개척지에서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킨 Replicant처럼 인간에게 위협이 된다면 제거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Replicant가 사랑의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는 존재라면, 과연 위험 요소 때문에 이들을 제거하는 것만이 해답일까요? 오히려 잘 다독인다면 복제인간도 갱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심지어 복제인간과 인간이 사랑에 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획 및 글 | 사업기획팀 김태혁

Tech in Cinema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정보/Tech in Cinema 2019.05.08 13:40

 

 

 

"난 두려워요, 데이브"

 

 ‘테크 인 시네마(Tech in Cinema)’가 소개할 다섯 번째 영화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 A Space Odyssey, 1968)>입니다. 

 이번 리뷰의 제목인 "난 두려워요, 데이브"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HAL(할) 9000'의 대사입니다(사실 영화 속에서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기계지능(machine intelligence)'으로 불립니다.) 저도 'HAL 9000'처럼 두렵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형언하기 힘들 만큼 거의 모든 요소가 걸작이어서 어떻게 리뷰를 써야 할지 모르겠거든요. 

 

 

 

#1. 우주 배경 SF영화의 진정한 기원

 저의 글을 읽고 계시는 지금 이 순간 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영화가 촬영, 편집, 상영 중입니다. 정지된 사진이 움직이는 영상으로 바뀐 마법의 순간 이래로, 지금까지 만들어진 모든 영화의 제목을 일일이 말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화성에 가는 시간보다 오래 걸릴지도 모릅니다. 단 하나의 영화가 어떤 장르를 대표한다고 단언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로 좀 더 범위를 좁힌다면, 망설임 없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대표작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사실 "우주를 배경으로 한"이라는 수식어를 빼도 괜찮습니다. SF영화의 역사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긴 여정'을 뜻하는 '오디세이(odyssey)'가 제목에 포함된 만큼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수백만 년을 아우릅니다. 영화의 테마곡 중 하나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배경으로, 장엄한 일출이 진행되고 나면 인류의 조상으로 보이는 유인원 무리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맹수에게 잡아 먹힐 정도로 연약해서 늘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체불명의 검은 돌기둥(monolith)이 나타난 이후로 인간은 동물 뼈를 도구로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도구를 활용하자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동물을 때려잡아서 먹고, 무리를 위협하는 적의 우두머리를 가격해 죽입니다. 도구를 쓸 줄 모르는 적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죠. 인류의 진화가 도구의 발명 없이는 불가능했음을 암시합니다.

 

 

 적을 무찌른 유인원은 포효하며 하늘 높이 뼈다귀를 던집니다. 뼈다귀는 일순간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우주선으로 바뀝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곡 '푸른 도나우 강(The Blue Danube)'이 흐르고 각양각색의 우주선들은 마치 왈츠를 추듯이 우주 공간을 누빕니다. 인간이 도구 덕분에 자신의 육체적,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우주를 탐험할 수 있는 존재로 진화한 것이죠. 수백만 년에 이르는 인간 진화의 역사를 단 하나의 장면 전환을 통해 보여준 이 씬은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멋진 편집입니다.   

 

 

▲ 사진 위, 아래 : 공중에 던져진 뼈다귀가 길쭉한 우주선으로 바뀌는 장면

 

 SF영화는 장르 특성상 인간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탁월하게 시각화합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SF영화의 비주얼을 혁신한 선구자입니다. 이 영화가 제작된 1968년에는 오늘날 영화계를 휩쓸고 있는 CG(컴퓨터 그래픽)가 없었습니다. CG 없이 오직 정교하게 제작된 세트, 특수효과, 시각효과만으로 지금 보아도 촌스럽지 않은 비주얼을 구현해 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습니다. 이 영화에는 디지털이 전혀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순도 100% 아날로그인 것이죠. 반면에 요즘 디지털 기술 없이 만들어지는 영화를 찾는 것은 마블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은 관객을 찾는 것만큼 어렵습니다.   

 

 ▲ 사진 : 원형 우주선 세트에서 촬영 중인 스탠리 큐브릭 감독과 제작진

 

▲ 사진 : 원형 우주선 안에서 조깅하는 우주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을 내딛기 전에 제작됐습니다. 당시까지 과학자들이 밝혀낸 우주에 대한 지식에 기반해 상상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 만든 작품입니다. 실제로 나사(NASA, 미국항공우주국) 연구원과 여러 과학자들이 제작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태양, 지구, 달은 물론 목성, 토성 등 태양계의 천체들이 아름답고 경이로운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특히 당시에는 미지의 영역이었던 토성 바깥의 우주 공간은 '무한 그 너머(beyond the infinite)'로서 황홀한 풍경을 가진 곳으로 묘사됩니다.  

 

▲ 사진 : 목성 탐사선 '디스커버리 1호'가 토성으로 진입하는 장면.

슬릿 스캔 방식(slit scan VFX system)으로 촬영된 이 장면은 현란한 빛, 파동, 음향으로 구성됩니다.

 

 당시 영화 제작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집대성해 완벽과 새로움을 추구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이후 수많은 SF영화에 영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영화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도 이 영화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인공지능의 시조 'HAL 9000'

 

 

 이 영화는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던 다양한 미래기술을 선보입니다. 음성 신분 확인, 우주와 지구 간 화상전화, 우주 간편식, 무중력 화장실, 장기간의 우주여행을 위한 동면 등 지금은 낯설지 않은 흥미로운 첨단기술을 매우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인공지능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HAL 9000'입니다. 
 

▲ 사진 : 자신이 통제하는 우주선에 탑승한 우주 비행사를 쉴 새 없이 관찰하는 'HAL 9000'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1960년대 후반에 제작됐습니다. 그때 인터넷은 지금의 인터넷과 달리 군사용 네트워크의 하나였습니다. 또한 1960년대는 컴퓨터 기반 인공지능 연구가 싹을 틔웠던 시기인데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HAL 9000'은 당시 걸음마 수준의 인공지능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서 지금도 도달하지 못한 '강인공지능(Strong AI)'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HAL 9000'은 목성 탐사선 디스커버리 1호의 모든 것을 통제합니다. 이전까지 완벽한 작동 기록을 가진 'HAL 9000'은 사람보다 체스를 더 잘 두고,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HAL 9000'은 우주비행사를 의심하기도 하고, 우주선 결함의 원인을 놓고 그들과 논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HAL 9000'은 자신은 절대 문제가 없으며 사람의 잘못(휴먼 에러) 때문에 결함이 발생했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고, 죽음에 대한 공포도 느낍니다. 

 이런 'HAL 9000'의 모습을 보면 '강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이 생깁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서 영화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에서처럼 인간을 해치는 순간이 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스티븐 호킹, 엘론 머스크, 빌 게이츠 등 많은 학자와 첨단 테크 기업 CEO들이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HAL 9000'과 같은 '강인공지능'이 인간에 도전하는 일이 발생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50여 년 전, 인간의 기원과 우주 탐험의 비전을 제시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을 이제 흘려듣기 어렵게 됐습니다. 인공지능을 인간의 좋은 친구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법과 윤리를 확립하려면 전 세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기획 및 글 | 사업기획팀 김태혁


Tech in Cinema | 마션(The Martian, 2015)

정보/Tech in Cinema 2019.04.10 14:56




영화 <마션(The Martian, 2015)>

 

인류 독존(獨存)을 노래하는 희망 찬가

  

 ‘테크 인 시네마(Tech in Cinema)’가 소개할 네 번째 영화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The Martian, 2015)>입니다.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로 화성은 늘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많은 SF소설과 SF영화가 화성이나 화성인을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하고, 지구의 현실을 에둘러 표현하기 위해 화성(인)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마션>이 화성(인)을 다루는 방식은 이전의 픽션들과는 사뭇 달라서 흥미롭습니다.

 

 

#1. 화성인이 된 지구인 

 이 영화의 제목 '마션'은 영단어 'Martian'을 소리 나는 대로 한글 표기한 것으로 '화성인', '화성의, 화성에서 온'이라는 뜻입니다. '마션'은 짧은 2음절 단어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제목을 곱씹어보니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하기야 어느 누가 영화 제목을 대충 지을까요? 영화 포스터의 스틸 이미지와 함께 박히는 제목은 하나의 영화를 위한 초상화나 다름없습니다.

 

 

 각설하고, 팀 버튼 감독의 <화성 침공(Mars Attacks!, 1996)>에 등장하는 화성 출신 외계인처럼, 그동안 많은 SF영화에서 화성은 지구의 인간처럼 고등한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으로 묘사되었습니다. 화성인들은 주로 지구를 침략하는 외부의 적으로 등장했죠. 즉, 영화 <마션>이 나오기 전까지 '마션(martian)'이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화성인'의 실체는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영화 <마션>은 여태껏 굳어져 있었던 '화성인 = 외계인'의 등식을 부정하는 영화입니다. '화성인'도 지구의 인간인 것입니다. 그 최초의 화성인이 바로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입니다. 화성인은 미래의 인류가 됩니다. 

 

 

 이처럼 영화 <마션>은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화성인에 대한 통념을 전복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영화 <마션>의 이야기 밑바닥에는 닐 암스트롱이 달에 인류의 첫 발을 내디뎠듯, 언젠가 인류가 화성 탐사에도 성공해 어쩌면 화성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습니다. 극 중에서 마크 와트니가 기록용 카메라에 대고 유머스럽게 내뱉는 "In your face, Neil Armstrong(닐 암스트롱, 제가 당신보다 낫다니까요.)"라는 대사는 그래서 의미심장합니다. '인류가 힘을 합치면 못할 것이 없다'라고 웅변하는 영화 <마션>은 그야말로 이 광활한 우주에서 인류 독존(獨存)을 노래하는 희망 찬가입니다.

 

 

 <마션>도 어디까지나 주인공의 해피 엔딩이 예약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범주에 포함되는 영화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마크 와트니가 온갖 우여곡절 끝에 결국 지구로 생환하는 데 성공한다'는 뻔한 결말을 다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체하며, 영화를 보는 셈이죠.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결말을 가진 영화라면, 그 결말에 당도하는 여정의 중요성은 더더욱 커집니다. 과정의 지루함을 없애고, 관객의 집중을 이끌어 내기 위해 리들리 스콧 감독이 채택한 전략은 화성에 홀로 남은 마크 와트니의 독무대를 한껏 북돋아 주는 것입니다. 식물학자인 마크는 화성인(!) 최초로 경작에 성공, 감자를 수확해 먹으며 생명을 유지합니다. 극한 상황에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마크의 긍정 에너지는 허허한 화성의 사막을 가득 채우고, 우주 공간을 통과해 지구까지 전파됩니다. 영민하게 활용되는 다양한 카메라 앵글은 고독한 화성 생존기를 써내려 가는 마크의 바로 곁에 있는 듯한 느낌을 관객에게 전해줍니다.

 

 

#2. <그래비티(2013)>, <인터스텔라(2014)>, 그리고 <마션(2015)>

 

 

 영화 <마션>을 본 후, 같은 SF 장르인 데다 결말까지 비슷한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세 영화 모두 한 줄로 요약하자면 ‘우주로 나간 인간이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다시 지구로 귀환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세 영화의 서브플롯, 형식미, 메시지는 각기 다릅니다. <그래비티>는 개인의 실존을, <인터스텔라>는 가족의 생존을, <마션>은 인류의 독존을, 우주에 던져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말해, <그래비티>는 인간의 근원적 고독을, <인터스텔라>는 뿌리 깊은 인간의 고독감을 경감시켜주는 가족의 소중함을, 그리고 <마션>은 절대 고독마저 우주의 먼지로 만들어버리는 인류애의 위대함을 보여줍니다. 세 영화는 우주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최첨단 미래 기술 못지않게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 것입니다. 때로 방향을 잃고 헤매더라도 기술과 영화가 가리켜야 할 북극점은 결국 사람이니까요.     





기획 및 글 | 사업기획팀 김태혁

Tech in Cinema |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

정보/Tech in Cinema 2019.03.07 13:00

 

 

‘테크 인 시네마(Tech in Cinema)’ 코너 소개

 1896년, 예술과 기술의 새 시대가 열차를 타고 도착했습니다.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 <열차의 도착>이 프랑스 파리의 그랑 카페에서 상영되던 날, 사람들은 사진을 처음 경험했을 때보다 수 십만 배 더 강력한 전율을 느꼈을 겁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모사한 사진이 정지해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영상은 그야말로 기적이자 공포였을 테니까요. <열차의 도착>은 라 시오타 역에 기차가 도착하는 장면을 촬영한 50초 정도의 짧은 기록 영상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술의 역사를 <열차의 도착>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영화의 등장은 강렬했습니다.      

 ‘예술’을 뜻하는 영단어 ‘art’의 또다른 뜻이 ‘기술’일 정도로 모든 예술과 기술은 서로 긴밀한 사이겠지만, 영화만큼 기술의 발달에 민감하게 반응한 예술 장르는 없습니다. 흑백에서 컬러로, 무성에서 유성으로, 특수효과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필름에서 디지털로, 2D에서 3D로… 이처럼 수많은 기술이 영화의 발전을 이끌었고, 반대로 영화에서 펼쳐진 상상력이 실제 새로운 기술을 태어나게 하기도 했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최초의 상업영화라고 할만한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1902년 영화 <달세계 여행(A Trip To The Moon, 1902)>도 기술에 기반한 상상력이 핵심인 SF(Science Fiction) 영화입니다. 어쩌면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은 기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영화의 운명을 일찌감치 예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월부터 엑셈 뉴스레터에서 선보이고 있는 ‘테크 인 시네마(Tech in Cinema)’는 기술과 영화가 100년 넘게 지속해온 운명적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영화에 대한 필자의 감상문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영화를 경유하여 다양한 첨단기술의 현주소와 미래를 정리해 보는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

 

'과학적 호접지몽(胡蝶之夢)'의 경지

  

테크 인 시네마(Tech in Cinema)’가 소개할 세 번째 영화는 국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과학 열풍을 일으켰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입니다. 

 이 영화의 토대를 이루는 복잡한 과학 이론들(상대성 이론, 웜홀 이론 등등)을 관람 전에 공부하지 않더라도 주요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습니다. 블록버스터이니만큼 관객에게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필요한 적절한 설명을 제공하고, 가족애라는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하기 때문이죠. 웰메이드 SF 블록버스터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1. 인터스텔라(interstellar), 인터무비(intermovie)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정교한 퍼즐을 짜 맞추듯 촘촘히 구축해온 그의 영화 세계는 <다크 나이트> 이후로 '인터무비'라는 단어로 요약될 수도 있습니다(단,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쟁영화 <덩케르크>는 제외합니다). 우선 다수의 배우들이 놀란과 2편 이상을 연속으로 함께 작업했죠. <인셉션>에서 임스 역을 맡았던 톰 하디가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베인으로 등장했습니다. <인셉션>에서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의 아내였던 마리옹 꼬띠아르가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미란다 테이트 역할을 맡았고요. 조셉 고든 레빗은 <인셉션>에서는 아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는 존 블레이크로 나옵니다. 마이클 케인이 빠진 놀란 감독의 영화는 이제 잘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네요. 그래서 어느 블로거는 놀란의 배트맨 3부작과 <인셉션>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주요 내용을 알아맞히는 예언을 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인터무비'의 흐름은 <인터스텔라>에서도 이어집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캣우먼으로 변신했던 앤 해서웨이가 <인터스텔라>에서 브랜드 역을 맡은 것이죠. 어김없이 마이클 케인도 출연합니다. 그런데 출연자의 연속성보다 중요한 것은 <인셉션>에서 관객을 사로잡았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차원으로 이루어진 꿈속 세계가 <인터스텔라>에도 등장한다는 사실입니다. <인셉션>의 꿈 속 세계가 <인터스텔라>에서는 5차원의 행성이나 웜홀 속 시공간으로 표현됩니다. <인셉션>이 꿈과 현실의 경계, 혹은 의식의 경계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 '철학적 호접지몽'이라면, <인터스텔라>는 시공간의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과학적 호접지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적 호접지몽’의 경지를 보여주는 <인터스텔라>는 주관적 믿음과 객관적 사실 사이에서 우리가 따라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참고로 놀란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인셉션>은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가 등장하는 놀란 감독의 출세작 <메멘토>와 접점을 이루고 있기도 합니다). <인셉션>이 천착한 꿈/의식의 세계와 <인터스텔라>의 배경인 광대무변한 저 머나먼 우주 공간은 인간이 오감을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니 놀란 감독의 야심이란 얼마나 큰 것일까요? 온전히 상상으로만 재현해야 하는 미지의 세계를 영상과 소리로 표현하겠다는 것, 그것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하게 해내겠다는 것이니 말입니다.


#2. 인터스텔라(interstellar), 인터휴먼(interhuman)

 

 

 <인터스텔라>는 ‘인터휴먼’이기도 합니다. 실재하는 과학 이론들을 바탕으로 정밀하게 설계한 우주 공간에서의 시간 여행이 머리에서 열을 발생시킨다면, 가족애는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줍니다. 경우에 따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항성 간 거리나 은하 사이의 거리보다 더 멀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장대한 우주여행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 거리가 어떻게 조정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오스카를 거머쥔 매튜 맥커너히의 호연은 그러한 ‘인터휴먼’의 여정에 선뜻 동참하도록 만듭니다. 결국 모든 것의 답은 사람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죠. 

 

 

“(사람에 집중한다면) 우리는 답을 찾을 것입니다. 늘 그랬듯이.”







기획 및 글 | 사업기획팀 김태혁



Tech in Cinema | 서치(Searching, 2017)

정보/Tech in Cinema 2019.02.12 10:06



‘테크 인 시네마(Tech in Cinema)’ 코너 소개

1896년, 예술과 기술의 새 시대가 열차를 타고 도착했습니다.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 <열차의 도착>이 프랑스 파리의 그랑 카페에서 상영되던 날, 사람들은 사진을 처음 경험했을 때보다 수 십만 배 더 강력한 전율을 느꼈을 겁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모사한 사진이 정지해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영상은 그야말로 기적이자 공포였을 테니까요. <열차의 도착>은 라 시오타 역에 기차가 도착하는 장면을 촬영한 50초 정도의 짧은 기록 영상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술의 역사를 <열차의 도착>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영화의 등장은 강렬했습니다.      

‘예술’을 뜻하는 영단어 ‘art’의 또다른 뜻이 ‘기술’일 정도로 모든 예술과 기술은 서로 긴밀한 사이겠지만, 영화만큼 기술의 발달에 민감하게 반응한 예술 장르는 없습니다. 흑백에서 컬러로, 무성에서 유성으로, 특수효과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필름에서 디지털로, 2D에서 3D로… 이처럼 수많은 기술이 영화의 발전을 이끌었고, 반대로 영화에서 펼쳐진 상상력이 실제 새로운 기술을 태어나게 하기도 했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최초의 상업영화라고 할만한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1902년 영화 <달세계 여행(A Trip To The Moon, 1902)>도 기술에 기반한 상상력이 핵심인 SF(Science Fiction) 영화입니다. 어쩌면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은 기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영화의 운명을 일찌감치 예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월부터 엑셈 뉴스레터에서 선보이고 있는 ‘테크 인 시네마(Tech in Cinema)’는 기술과 영화가 100년 넘게 지속해온 운명적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영화에 대한 필자의 감상문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영화를 경유하여 다양한 첨단기술의 현주소와 미래를 정리해 보는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서치(Searching, 2017)>

"모든 길은 데이터로 통한다"


‘테크 인 시네마(Tech in Cinema)’가 소개할 두 번째 영화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존 조가 주연을 맡은 영화 <서치(Searching, 2017)>입니다. 

요즘엔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웨어러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스마트기기가 인간의 삶에 접속해 있습니다. 개인과 공동체의 흔적과 기억은 곧 데이터로 저장돼 역사를 채워 나갑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 데이터가 되는 시대라면, 누군가의 실종 사건도 혹시 데이터를 실마리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 <서치>는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어느 날 밤, 부재중 전화 3통을 남기고 연락이 끊어진 딸. ‘설마…’하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달래며 딸의 소식을 기다리던 아빠는 결국 경찰에 딸의 실종 신고를 하고 딸을 찾아 나섭니다. 영화 <서치(Searching, 2017)>는 아빠가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추적 스릴러입니다. 2018년 국내 개봉해 약 300만 명의 관객을 매료시켰죠. 



영화 <서치>의 플롯은 비교적 평범한 편인데요. 대신 이 영화는 스마트기기 없이 살기 힘든 요즘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독특한 화면 연출과 내러티브로 신선하다는 호평을 이끌어냈습니다. 영화 <서치>의 러닝타임 중 대부분은 노트북 모니터 화면이 채웁니다. 실종된 딸 ‘마고 킴(미셸 라)’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아빠 ‘데이비드 킴(존 조)’이 딸의 노트북을 뒤지는 동안 보게 되는 노트북 화면, 노트북 웹캠이 촬영한 것처럼 표현한 데이비드 킴의 모습, 화상통화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의 얼굴이 시종일관 모니터 화면 위에서 절묘하게 배치되고 조합됩니다.  
(덕분에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FaceTime, iMessage, iOS의 인터페이스가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애플을 홍보해주기도 하죠.)  


영화 <서치>는 화면 연출뿐만 아니라 내러티브도 일반적인 추적 스릴러와 궤를 달리합니다. 보통의 추적 스릴러에서라면 주인공은 사라진 인물의 흔적을 찾아 으슥한 골목길을 주로 헤맸을 겁니다. 이와는 달리 영화 <서치>의 주인공은 사라진 딸에게 닿기 위해 딸의 흔적이 남아 있는 '데이터'의 숲을 헤맵니다. 딸의 노트북, 이메일, 여러 SNS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데이터는 일견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듯 보이지만 아빠의 집요한 '데이터 분석' 과정을 거쳐 하나둘 유의미한 정보로 거듭납니다. 


  
영화 <서치>는 각종 스마트기기와 다양한 SNS에 익숙한 관객을 타깃으로 독특한 기법을 활용해 색다른 감흥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또한 우리가 '데이터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주는데요. 먼 옛날 로마 제국의 전성기에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다면, 이제 모든 길은 데이터로 통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획 및 글 | 사업기획팀 김태혁

Tech in Cinema |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8)

정보/Tech in Cinema 2019.01.04 10:45




‘테크 인 시네마(Tech in Cinema)’ 코너 소개

1896년, 예술과 기술의 새 시대가 열차를 타고 도착했습니다.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 <열차의 도착>이 프랑스 파리의 그랑 카페에서 상영되던 날, 사람들은 사진을 처음 경험했을 때보다 수 십만 배 더 강력한 전율을 느꼈을 겁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모사한 사진이 정지해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영상은 그야말로 기적이자 공포였을 테니까요. <열차의 도착>은 라 시오타 역에 기차가 도착하는 장면을 촬영한 50초 정도의 짧은 기록 영상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술의 역사를 <열차의 도착>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영화의 등장은 강렬했습니다.      

‘예술’을 뜻하는 영단어 ‘art’의 또다른 뜻이 ‘기술’일 정도로 모든 예술과 기술은 서로 긴밀한 사이겠지만, 영화만큼 기술의 발달에 민감하게 반응한 예술 장르는 없습니다. 흑백에서 컬러로, 무성에서 유성으로, 특수효과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필름에서 디지털로, 2D에서 3D로… 이처럼 수많은 기술이 영화의 발전을 이끌었고, 반대로 영화에서 펼쳐진 상상력이 실제 새로운 기술을 태어나게 하기도 했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최초의 상업영화라고 할만한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1902년 영화 <달세계 여행(A Trip To The Moon, 1902)>도 기술에 기반한 상상력이 핵심인 SF(Science Fiction) 영화입니다. 어쩌면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은 기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영화의 운명을 일찌감치 예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월부터 엑셈 뉴스레터에서 선보일 ‘테크 인 시네마(Tech in Cinema)’는 기술과 영화가 100년 넘게 지속해온 운명적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영화에 대한 필자의 감상문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영화를 경유하여 다양한 첨단기술의 현주소와 미래를 정리해 보는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만국의 외로운 창작자여, 단결하라!" 

‘테크 인 시네마(Tech in Cinema)’가 소개할 첫 번째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8)>입니다. 현실보다 VR(가상현실) 속 세상이 더 멋지다면, 인간은 과연 어디에 발 붙여야 할까요?




제일 사적인 공간은 각자의 욕망이 솔직하게 본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안식처입니다. 또한 마음의 맨바닥까지 까발리는 처절한 외로움이 깊은 울음을 토해내는 곳이기도 하죠. 주체할 수 없는 욕망과 외로움이 기묘하게 공존하는 은밀한 장소. 거기에서 불세출의 창작자들이 태어납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제임스 할리데이(마크 라이런스)가 게임에 몰두하며 유소년 시절을 보낸 그의 방에는 완벽한 가상현실 게임 '오아시스'의 샘이 솟아날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겁니다. 제임스 할리데이가 지독한 외로움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게임은 그의 절친이었죠. 그가 게임 개발자가 된 이후에는 자신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그의 친구가 되었고, 그는 친구들에게 '오아시스'라는 최고의 선물을 전하고 싶었을 겁니다. 

게이머들에게 '나처럼 게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오타쿠여도 괜찮아'라는 위로를 전한 제임스 할리데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키스할 용기조차 없었을 만큼 소심하고 외로웠던 사람. 그러나 게임의 세계에선 신이 된 사람. 가장 위대한 창조물은 가장 막대한 외로움이 빚어내는 것입니다. 이 원칙은 어쩌면 게임 개발자뿐만 아니라 모든 창작자에게 적용되지 않을까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등장하는 수많은 대중문화의 아이콘들은 길고 긴 외로움의 시간을 견딘 창작자들이 세상에 전하는 수줍은 러브레터일지도 모릅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그 러브레터들을 하나하나 오롯이 전달하는 우편배달부 역을 기꺼이 자임했습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영화 전체가 각종 대중문화의 레퍼런스를 찾는 재미를 선사하는 거대한 '이스터 에그'입니다. 배트맨,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리안', 건담, 처키, 오버워치 등 누구나 한 번쯤 보거나 들어봤을 법한 널리 알려진 캐릭터와 소품이 관객을 반깁니다.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수의 팬층을 확보한 캐릭터들도 매력을 뽐내는데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장르를 종횡무진하는 캐릭터의 성찬을 마주하는 관객의 즐거움은 완행이 아니라 직행입니다.


근대 이전의 예언자가 샤먼이나 신이었다면, 현대의 예언자는 SF영화입니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미래 사회의 풍경은 머지않아 현실과 오버랩되기 시작하고, 결국 익숙한 현실을 과거로 밀어내기도 합니다. 영화적 상상력은 신기술의 발전을 추동하는 기폭제가 되곤 하죠.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최초의 가상현실 블록버스터'라는 홍보 카피처럼 VR(가상현실) 관련 기술이 극도로 발전된 미래를 배경으로 상정합니다. 빈부격차가 극심한 시궁창 같은 현실과 대비되는 환상적인 가상현실의 세계 '오아시스'. '오아시스'를 개발한 제임스 할리데이는 "Reality is the only thing that is real(현실이야말로 유일한 진짜)"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인생엔 '오아시스'와 같은 완벽한 가상현실이 아니더라도 악다구니판 같은 현실을 잠시 잊게 해줄 '상상 속 현실'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 '상상 속 현실'은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양식에 매료된 수많은 창작자들에 의해 구체화된다는 것을. 그러니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레디 플레이어 원'은 게임의 플레이어를 호출하는 신호이자 창작자를 호명하는 외침이기도 합니다.   
"만국의 외로운 창작자여, 단결하라!"






기획 및 글 | 사업기획팀 김태혁

  • 2019.01.30 12:35 ADDR 수정/삭제 답글

    너무 너무 잘읽었습니다.. 현대의 예언자는 sf, 욕망을 드러낼수있는 안식처인 VR 이라는 표현이 너무 좋고 와닿네요..!